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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보니 어느새 도쿄에 온지도 2달이 다 되어갑니다. 오늘도 하루를 별 특별한 일 없이 보냈네요. 그냥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서 밥통에 남아있는 밥을 퍼먹고, 일본어 학교에 가서 수업 듣고, 집에 와서 맥주 먹고 또 뻗어가지고 -_- 낮잠을 3시간 정도 자고 (제 자신에게 금주령을 내렸는데 영 효과가 하나도 없네요 ㅠㅠ), 일어나서 야밤에 동네 공원을 뛰면서 땀도 좀 흘리고, 집에 와서 또 밥돌이처럼 밥 먹고, 일본어 공부 좀 하다보니 벌써 새벽입니다. 어느새 제 일상이 되어버린... 겉으로 보기엔 그저 그런 하루였네요.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까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다가... 문득 저도 모르게 그 순간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순간을 바라본다"는 것 -- 조금 이상한 표현이기는 한데, 어떤 느낌이었냐면은... 무슨 영화처럼 천장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서 제가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는것같다는 착각이 드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았더니... 제 모습이 행복해보이더라구요. 그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집에 올때도 그랬습니다.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문득 맥주가 너무나 땡기는 것이었습니다. (맨날 너무나 땡기는게 좀 문제이긴 한데 -_-) 그래서 동네 슈퍼에서 안주를 사가지고 집에 룰루랄라 오는 길에,  그렇게 카메라를 통해서 제 모습을 보게 되더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것이 제가 생각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좀 또라이처럼 이상해보일 수 있다는걸 알고 있지만, 정말 그 순간을 제3자의 입장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아까 수업시간에 그랬던것처럼... 제가 좋아보이더라구요. 집에 가서 술을 마실 생각에 그랬던건지, 5시도 되기전에 퇴근(?)해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서 그랬던건지는 모르지만, 순간... 행복했습니다. 

やれやれ。이제 술을 집에서 좀 담궈보려구요 -_-


그러면서 행복은... 지금을 조금 떨어져서, 천천히 바라보는데에서 시작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음미하고,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제가 지금 누리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서 행복해지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한잔의 맥주처럼... 제가 가진 것들이 설사 전혀 대단한게 아니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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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오늘은 학교 친구들이랑 도쿄의 아사쿠사라는 곳에서 갔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한국분들은 그곳을 일본의 인사동이라고 하더이다. 거기가서 출세의 운을 불러다주는 똥개를 (일본어로는 ざる犬한마리 샀지요.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친구가 놀러왔을때... 그 놈이 제가 수업간 사이에 아사쿠사에서 이걸 사와서 저한테 자랑하더라구요. 그래서 경쟁심에 -_- 저도 한마리 샀지요. 

귀엽더군요. 평소에는 이런거 사진 찎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하는짓 절대로 안 하는데... 오늘은 웬지 남들처럼 저도 올려보고 싶더라구요. (왜? 글쎄.)

맥과 똥개.


에도시대부터 쭉~ 같은 모양의 디자인으로 해서 몇백년째 같은 가게에서 팔고 있다고 하더군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일본이 이럴땐 솔직히 부럽습니다. 그런걸 장인정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걸 뭐라고 하든 명칭이 중요한건 아닌것같구요, 그냥 옛것을 소중하게 잘 간직해오는 모습이 멋지더라구요.

저 개는 책에 보면 그냥 "출세"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끈질기게 질문하면서 인생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저인지라... 주인 아줌마에게 정확히 이 똥개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냐고 일본어로 -_- 물어봤지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님에게 주구장창 야사시하신 일본인답게 한참을 눈짓, 발짓, 손짓하며 대나무가 어쩌고 우산이 저쩌구 설명해주셨는데, 뭐 대충 좋은 의미같더라구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구요.

그나저나 이제 저도 드디어 출세하게 되는건가요. 우왕 신난다. ㅆㅂ

P.S. 이제 일본에 산지 한달하고도 반이 지나갑니다. 머릿속에 뇌세포따위 키우지 않는 아메바가 아닌 이상 저도 그동안 이 신기한 섬나라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이... 있었겠지요. 꼭 방금 제가 썼던것처럼 "일본은 전통을 잘 지켜내려온다," "손님에게 조낸 친절하다"처럼, 그렇게 남들이 다 아는 피상적인 관찰뿐만 아니라... 또 저만의 관점에서 본 일본에 대해서 가끔 블로그에 남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선 망설이게 됩니다. 어디선가 "야, 한달 밖에 안 산 주제에 니가 뭘 알아"하고 비웃고 있을 분들때문... 이겠죠. 소심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_- 외국에서 몇년 산것을 무슨 벼슬처럼 여기며 으시대는 사람들을 저는 너무 많이 봐왔거든요. 그런 분들은 꼭 새내기가 외국에 와서 자신의 느낌을 얘기하면 "그게 아니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말야"하며 비웃음과 함께 한수 가르쳐주려 합니다. 

하지만... 저도 30년 인생에 미국전역에 걸쳐 20년가량 살았고, 유럽, 호주에서 여행이 아닌 실제로 거주해봤지만, 그렇게 외국에서 오래산것을 벼슬처럼 여기는 분들을 뵈면 좀... 답답합니다. (그런 분들은 미국, 호주, 유럽 전역에 걸쳐서 계시더군요.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일본에도... 분명히 있겠지요?) 대체 주관적인 느낌이라는 것에 맞고 틀리고의 잣대를 대는것이 가능하기나 한일이란 말인가요. 오래 외국에 계신 분들은 또 그분들만의 생각이, 또 새로 오신 분들은 또 새로 오신 분들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 재밌는 생각들이 있는거잖아요. 자기가 쪼금 그 동네물 좀 먹었다고... "니가 뭘 알아"하며 자신의 생각만이 옳을거라고 믿고 있는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꼭 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리 꺼져버리라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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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어린시절을 회상할때면... 드는 의문이 저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어느 순간 어른의 세계에 들어오고 나니, 어른들은 어린시절을 얘기할때면 "그땐 순수했는데"하면서 어렸을때는 누구나가 마음이 깨끗했었다고 여기더군요. 저는 그게 늘 이상했습니다. 저는 어렸을때도 완전 발라당 까졌었는데 그다지 순수하지 않았거든요. 어릴때에 비해서 지금은 표현방법이 조금 세련되어졌을뿐, 제 속모습이... 그렇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렇다고... 남들이 어린 시절에 가졌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때묻지 않은 마음을 서른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제가 가진건 아닌것 같은데. 어렸을때부터... 제가 그만큼 약아빠졌던걸까요. 아님... 정녕 저만 빼고 어렸을땐 다들 그토록 순수하셨나요. 정말로 그러셨단말인가요.

또 하나 제가 가졌던 의문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엔 뭔가 장래희망이 있어야한다는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렸을때 지겹도록 받았던 질문이 "너는 커서 뭐가 될래?"였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뭐 대통령이니, 의사니 과학자니 나름 멋드러지게 보이는 직업들을 쭉 나열했던것같은데... 저는 장래희망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없는데요, 뭘. ㅠㅠ) 

늘 착한 어린이고 싶어 했던 저도... 그렇게 당연히 장래희망이 있을거라고 기대하시는 어른들을 감동시켜주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장래희망을 지어내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쩔땐 아버지가 과학자니까 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적도 있고, 기분 내키면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한적도 있었습니다. 되고 싶다는 생각 한번도 해본적 없으면서도...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적도 있습니다. 혹시 "왜?"하고 조금은 더 내 인생에 관심있는 척하시는 특이한 어른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각 직업별로 되고 싶어하는 이유까지도 미리 준비해놓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속으로는... 그런거 자꾸 물어보는 어른들을 매우 피곤해하면서도 말이죠. 결국...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어떤 거짓말을 했느냐만 다를뿐, 실제로 장래희망을 가져봤던 적이 저는 한번도 없습니다. 

요즘 저는 도쿄에서 어학연수중입니다. 금년 1월에 새로 온 학생이다 보니 어딜 가도 자기소개를 하게 됩니다. 성은 하씨고, 취미는 잘난척하는 애들 띄워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비꼬기, 구라친 다음에 발뺌하기, 남의 약점 잡아서 나한테 유리하게 이용해먹기 여행과 스노보드라고 말하고 나면... 다들 물어봅니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일어를 배워서 어디다가 써먹어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는 어렸을때처럼 피곤하게 구라를 지어내는 대신... "일어 어디다가 써먹을 생각 없고, 장래희망같은거 없어요."하고 무심하게 말하는 제 뻔뻔함이 조금 다르네요. 심지어 일본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경우에는... 그렇게 "장래희망따위 없다"는 말을 한 후에, 미안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쓰미마셍"이라는 세심한 사과까지 날려주며... 다함께 은혜로운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어쩜 그렇게 어렸을때랑 모든게 똑같을까요. 장래희망이 없다고 하면 은근히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까지도. 세상이 저에게 원하는 것이... 제가 초등학생이었을때와, 중학생이었을때와, 서른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는걸까요. "뭔가 되기 위해서" 살아가는것이 그토록, 그토록이나 중요한것이란 말인가요.

직찍 하나. 일본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Chimay. 그렇다고 장래희망이 "맥주"일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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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이제 4년 넘게 다녔던 직장을 그만둔지... 2주일도 넘어갑니다. 백수겸 어학연수생이 된 이후로는 제가 시간이 초큼 -_- 많은 관계로... 오늘은 한번 블로그에 제가 끄적였던 글들을 읽어봤습니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랄 정도로 유치뽕짝의 글도 여러개 있어서 확 지워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또 그런 수준의 글을 썼을때는 또 유치해질만 제 나름의 기분이 있었겠지요. 그래서 그 기분조차도 기록으로 남겨놓기 위해...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지난 1년간은 제가 직장인의 삶에 대해서 느꼈던 바가 많았던 시간이라 그런지... 직장에 관한 글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몇개월 단위로 저의 느낌을 적어놓기까지 했더군요.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때, 직장인이 된지 4년이 되었을때,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기 한달전의 기분처럼... 말이죠. 그런 제 글을 읽다가... 이제 월급쟁이생활을 청산한지 2주일이 넘는 지금의 느낌도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봤을때 유치해서 손발이 오글오글거리더라도 말이죠. ^^;;;

우선 직장인이라는 허물을 벗은후... 이런 점이 저는 행복합니다.
  • 일찍 안자도 됩니다. 회사를 다녔을때는 다음날 일에 방해가 될까... 밤이 조금만 늦어지면 어서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새벽 3-4시까지 제가 하고 싶은 일하다가 그냥 졸릴때 잡니다. 그렇다고 밤에 뭔 대단한 일을 하는것은 아닙니다. 그냥 영화를 보기도 하고, 집에서 오락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혼자 동네 산책도 갔다가,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마음껏 별 구경도 해봅니다. 그렇게 늦게까지 깨어있어도... 마음이 편하기만 합니다.  
  •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됩니다. 내일도 저는 딱히 할일이 없거든요. 오늘 할 일을 하지않는다고 해서 저를 갈굴 상사도 없고, 모레까지 끝내야하는 프로젝트도 없습니다. 하루가 "해야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져있기에... 내일 해도 되고, 다음주에 해도 되고, 아예 안해도... 사실 별 상관없습니다.
  • 해가 있을때 밖을 돌아당깁니다. 저는 해가 있을때 퇴근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 워싱턴디씨에서 일했던 관계로 정부부처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5시와 6시사이에 어김없이 칼퇴근하는 공무원들을 사무실 창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볼때의 자괴감은... 아마 평생 잊을수 없을것 같습니다. 일을 마치고 밤11시에 밤공기 마시며 집에 터벅터벅 걸어갈 때의 허무함은... 제가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게 해준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해가 있을때 외출을 합니다. 낮에 한산한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하기도 하고, 이른 저녁에 퇴근하는 샐러리맨들에 끼어서 라멘을 먹기도 합니다. 하루가 이렇게 길수도 있다는걸...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 커피를 끊었습니다. 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카페인 중독이 되어서 매일 아침 마시지 않으면... 하루종일 집중이 안되고 몸이 늘어질 정도가 되니 항상 끊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끊을수 없었지요. 대형로펌의 변호사라는 생활이... 매일 긴장의 연속이거든요. 하루라도 일에 온집중을 못하면 웬지 낙오될 것같다는 생각에 커피를 끊을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 커피를 안 마신지도 일주일이 넘어갑니다. 커피를 안 마셔서 몸이 늘어지면... 그냥 자면 되거든요. 집중이 잘 안 되면... 그냥 집중 안하면 되구요.
  •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운동합니다. 물론 회사를 다닐때에도...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공원을 뛰면 됩니다. 그런데 야행성인 제게는 밤 10시, 11시까지 일하고, 새벽 2-3시에 잠든 후에 다음날 6시에 일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이었거든요. 그래서 운동은 주말이나, 아예 야심한 달밤에 체조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10시에 잠이 깨도 학교가기까지는 3시간이나 있으니... 거의 매일 아침 햇살과 함께 공원을 뜁니다. 행복합니다.

새벽에 산책하다가 그냥 아무데서나 들어가서 술도 마십니다

 
 하지만... 백수가 되었다고해서 모든게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 할 일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많이 심심합니다. 그런 경험 하신적 있나요. 시험공부할때... "시험 끝나면 하고 싶은 일" 목록 만드는 일. 하지만... 저는 막상 시험이 끝나면 그 목록에 있었던 것들을 실제로 모두 한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전에는 그토록 간절했던 일들이... 막상 시험이라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조금 비슷합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하고 싶은 일"들을 워드파일까지 만들어놓고 긴 목록을 작성했지만... 지금 보니 시큰둥합니다. 심지어 조금... 귀찮기까지 합니다. 
  • 미래가 불안합니다. 누구도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기에...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하며 사는거겠지요. 하지만 지난 30년간 꽉 짜여진 계획표대로만 차근차근 살아온 저에게는... 지금의 제 인생이 무계획이라는 사실이 특별히 불안합니다. 아무리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해도 마음 한구석은 늘... 좀 찜찜합니다. (삶의 초점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 맞추기로 한 지금... 어쩌면 제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받아들여야하겠지요. 원래 인생은 불안한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저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2주간 제 삶에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그 전보다 조금은 더 느리게, 조금은 더 머릿속을 비운채 사는 제 자신이... 아직 많이 낯섭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출퇴근을 했던 지난 삶이 굉장히 옛일처럼 느껴집니다. 4년넘게 했던 생활이고, 불과 2주가 조금 넘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때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꼭 무슨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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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2010년입니다. 저는 1980년 2월생인지라 (79들이 싫어하는 "빠른" 80) 이렇게 10년 단위로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합니다. 1990년에는 10대, 2000년에는 20대, 그리고 2010년에는 30대가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분들이 저를 서른이라고 해도 "아직 만으로 29살이야!"하고 우기곤 했는데... 이제 그런 구차한 나이 계산도 별 의미가 없네요. 조금... 슬픕니다. 

저는 작년에는 세가지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잘난척을 좀 하자면 ^^;;; 2009년에는...  그렇게 세웠던 새해목표를 제 인생 처음으로 모두 달성했습니다. 
  • 2009년 저의 첫번째 새해목표는... 미국에 있는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원하던 시카고대학 MBA 과정에 입학허가를 받았고, 또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기까지 했습니다. 학점이 거지같이 나왔다는것이 조금 불만이긴 하나... 뭐 어쩌겠어요. 제 실력이 딱 거기까지인 것을.
  • 저의 두번째 목표는... 제 인생을 일기와 블로그를 통해서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는... "쓰고 싶을때 글을 쓰자"와 "한테 관심있는것 쓰자"를 신조로 했기에 업데이트도 부실했고, 내용도 지 얘기만 잔뜩 써놓은 것이 초큼 마음에 걸리나 ㅠㅠ 일기만큼은 하루도 안 빼고 썼습니다. 제가 느끼는 바를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게... 매일같이 기록했던 제 자신이 많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마 지난 5년간 제가 했던 일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2009년의 세번째 목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언젠가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일본어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2월에 사표를 내고 지금... 동경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동경에서의 보금자리입니다. 정말 Ko-Tak-Ji만 하지요.


2010년에도 소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이런건 남들한테 욜리 떠벌리고 다녀야 쪽팔려서라도 실행으로 옮기게 된다는 것이 저의 평소신념이기에... 그런 저의 2010년 소망을 이 자리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작년처럼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아닌... 제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것인지라, 고민끝에 "소망"이라고 수줍게 불러봅니다.

저는 2010년에는... 지금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위주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지난 30년간의 제 인생은... 미래의 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현재를 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중학교때에는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외고입학후에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 들어간 후에는 취직을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간 후에는 로펌에서 일하기 위해, 로펌변호사가 된후에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돈을 많이 벌기위해... 그렇게 미래의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매일매일을 희생하며 살았고, 또 그렇게 사는것을 "열심히" 사는거라고 여겨왔습니다. 삶의 촛점을 늘... "미래"의 무언가에 두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지난 30년간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고 싶습니다. 미래의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 제가 가장 행복해할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무책임이라고 비난해도 좋습니다. 철없다고 깔보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도 2010년에는... 제 인생에게, 지금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한번만이라도, 딱 한번만이라도... 줘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에 의하면, 사람이 죽을때 후회하는것은... 성취하지 못한 무언가가 아닌, 해보지 못한 무언가라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갔더라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했더라면"... 와 같이 하지 못했던 일들이 후회가 되지... 그 어느 누구도 "돈을 좀 더 벌었더라면," "회사에서 더 높은 직위에 올라갔더라면," "더 좋은 학교를 다녔더라면," "더 유명했더라면," 또는 "더 잘 나갔었더라면"와 같이 성취에 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느끼는 바가... 저는 참으로 많았습니다. 

혹시 지겨운 글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새해소망이나 목표가 무엇이든간에 꼭 누리시길 간절히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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