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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9월부터 MBA를 시작합니다. 다시 학생이 된다고 하니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숙제라는 것을 하고 시험이라는 것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초큼 끔찍하기도 합니다. -_-

제가 경영대학원 간다고 했을 때... 이미 경영대학원을 다니거나 졸업, 또는 여러가지 기타 이유로 MBA를 안 하기로한 우리 나라 선배님들이나 동료들에게 가장 흔하게 들은 말이 뭔줄 아시나요.  바로 "야, 가서 공부하는 거 없어"였습니다. 특히 저는 법대대학원을 졸업했기때문에... "야 넌 더 빡쎈 거 해놓구선 MBA를 왜 또 해. 경영대학원 가면 골프밖에 안쳐"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ㅎㅎㅎ 조언도 많이 들었지요.

MBA만 하면 조낸 박세리된다는 소문도... ㅠㅠ (박세리 홧팅)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분들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실제로 경영대에서는 배울 것이 없기때문에 그러시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은 "공부"를 너무 좁은 의미에서 바라보시기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특별히 배울게 없기때문에 골프를 치고 다니신 것이 아니라, 골프만 치고 다니시기 때문에... 배운 것이 없는 거라고.


저를 포함한 우리 나라 분들은, "
공부"하면... 책상에 앉아서 미친듯이 형광펜으로 줄치구, 중요한 거는 열나게 외우고 (시험만 보구나면... 3초만에 잊어먹을 것을 왜 그렇게 외워
야만 하는걸까요 ㅠㅠ) 객관식 찍기문제와 틀에 박힌 주관식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우리 나라 분들이... "공부"하면 우선 어두컴컴한 독서실에서... 책상 불을 켜놓고 고독한 모습으로 -_- 죽어라 살라 책만 파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조낸 고독하군하


더욱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우리 나라 분들은 그런 공부만이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토론식 수업이나, 글쓰기와 같이... 당장 몇점! 하고 수치화 할 수 없는 공부는... 별로 배우는 것이 없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식의 스파르타식, 주입식 수업을 하지 않으면... 그다지 "공부한다"는 느낌도 받지 못하구요. MBA의 우리 나라 학생들이 "에이 경영대학원 배우는 거 별거 없네"하고 투덜대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_- 경영대학원... 그런 식의 공부 자체를 빡세게 하는 곳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저도 대학교 4년, 로스쿨 3년 (특히 로스쿨은... 우리 나라 분들이 "진정한 공부"라 생각하는 도서관에 앉아서 열나게 시험보고 책을 파는 공부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다녀봤지만... 제가 진정으로 지적성장이라는 것을 했다고 느꼈던 때는... 결코 시험공부를 위해서 도서관에서 보낸 그 시간들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제 "머리가 좀 커졌다"고 느꼈던 순간들은... 여자들도 군대를 가야 되느냐에 대해 로스쿨 룸메들과 부엌에서 밥 먹다가 논쟁이 붙었던 그 몇 시간. 교수님께서 수업 끝나기 5분전에 지나가듯이 "안락사에 대해 생각 좀 더 해봐"하며 한마디 하고 나가신 후... 나도 모르게 집에서 펜을 입에 문채, 너무 아파서 죽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분들에 대해 생각했던 그 때. 학부때 프로젝트하느라 새벽 3시에 친구들이랑 식어버린 피자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거랑 불안한 우리 미래에 대해 얘기했을 때... 와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시험 잘 볼라고 외웠던 수많은 민사소송법 조항들이요? 기억도 안 나구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 파생금융의 가치를 계산하는 수식따위... 누가 상관이나 한다구 그러세요. 국제재무론 A 받은거요? 저 솔직히 그 과목에서 뭐 배웠는지... 단어 한개조차 생각 안 납니다. 그렇게 시험 잘 보려구 외웠던 것은... 아무것도 남는게 없습니다. ㅠㅠ 아무것도.

그래서 제가 저 위의 선배들께서 말씀하신 충고에도 불구하고... 굳이 경영대학원을 가는 것은, 비록 점수로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성장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때문입니다. 학생들, 선배들, 교수님들과 같이 미국을, 또 세계를 끌어가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틈틈이 하는 대화, 그룹 프로젝트나 클럽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맥주 한잔 하며 듣는 서로의 삶의 방식.
(골프 박세리 될 정도로 그렇게 치러 다니시면 당연히 클럽활동할 시간도 없을 수 밖에 없겠지요 ㅠㅠ)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한마디씩 툭 던지시는... 가끔 하루종일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말들. 그런 것을 체험하기 위해서 굳이 경영대학원에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달달 외우는 거 말고, 제 인생에 좀 남는 "공부"... 더 하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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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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