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는 월요일이면 새직장에 나간다. 당장 내일 월요일이면 새로운 건물에 들어가서, 평소엔 거의 입지도 않는 말쑥해보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짝반짝 닦아놓은 구두를 신고 낯선 새로운 내 사무실에 들어가게 될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회사 가는 길. 아 생각만해도 지겨질라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직장을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실제 뻇속으로 느껴본적은 한번도 없었던것같다. 송별회랍시고... 동기들이 안겨준 여러잔의 맥주를 마시고... 정말 오랫만에 술을 먹고 토했을때에도 (술먹고 토라는 해본지가 족히 5년은 넘은것같다), 같이 일하던 높으신 파트너들이 섭섭해하면서... 언제든지 다시 오고 싶으면 전화하라는 마음에 없는 말을 했을때에도... 그런 실감을 한오라기도 느껴봤다. "I am writing this letter today to resign from my position..."으로 시작되는 소위 "사직서" 썼을때에도... 의기양양하게 새회사의 offer accept한다고 새회사의 사람들에게 전화질을 했을때에도, 그리고 사무실에 있던... 온갖종류의 중요하지만 사실 인생에 직접 영향 끼칠 일은 절대없을 서류들을 박스30개에 나빌레라 고이접어 후배변호사에게 가득 안겨줬을때에도... " 회사를 그만드는구나"와같은 실감스러운 기분을 느껴본적이 한번도 없었던듯 싶다.

 

하기야... 다른 회사로 옮긴다고 해서 당장 특별히 뭔가가 달라지는건 아니다. 커다란 기업들의 "합병"이라는 남등쳐먹는 일들의 뒷치닥거리를 하다가, 이제는... 투자은행/금융기관이라 불리는 돈놀이하는 사채업자들의 뒷치닥거리를 하게되었다는것외에는... 모든 생활이 똑같긴 하겠지. 아침에 일어나면 입천장의 껍질을 벗겨버리는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실테고, 샤워를 할때 이빨을 먼저 닦을까 세수를 먼저 할까 하는 고민을 그렇듯 317초쯤 해주겠고,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나보다 40살은 족히 나이 많을 나의 비서가 "Hey Chris, is there anything I can do for you?"라고 애교스럽게 물어보면 "Yes, please have a nice day for me, would you?"라고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일하기 편한 사람인척하면서 무심하게 대답을 할께 뻔하다. 그후엔 밤새온 300통의 이메일들에 답장을 하고... "나는 그래도 돈값어치를 하는 사람이야"라는 스스로에게 증명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대학원에서 허송세월한 시간이 뼈에 사무치도록 아까워서... 죽도록 저녁때까지 일을 하겠지. 밤에는... 건강검진만 했다하면 모든게 정상으로 나오는... 비정상적으로 건강한 몸이 혹시 티끌이라도 건강해질까봐, 일주일에 세번은 팬티고무줄까지 훔뻑적실정도로 운동을 하겠고... " 오늘도 의미없이 흘러갔구나"하는... 무섭지만 사실은 누구나가 그러고 있기때문에 별로 대단하지는 않은 진실을 피하기 위해서 집에 와서 얼음같이 시원한 맥주 한잔 할게 분명하다. 그러곤 맥없이 침대에 누워서 시덥잖은 소설책 몇구절 읽으며... 유기농이 아닌 음식은 팔지 못하게하는 법률이 의회에서 아직 상정이 안되는걸까와 같은 범세계적 사회적 핫이슈들에 관해 고뇌하다가... 잠든후엔, 거지발싸개같은 다양한 종류들의 악몽들을 시리즈별로 꾸겠지. 그러다가 다시 아침에는...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일어나 입천장껍질을 홀라당 벗겨버리는 커피를 마시며 어제했던 것과 똑같은 하루를 보낼것이... 확실하다.

 

한마디로... 내가 지난 2년동안 해왔던... 생각만해도 재미없고 따분한 생활이 사실 회사가 바뀐다고 바뀌겠냔말이다. 바뀌는거 나도 안다.

 

아무리 그래도... 나름 몇개월간 고민하다가 어렵게 어렵게...좋은 쌩머릿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렵게 내린 결정인데... 이렇게 아무런 실감이 안드는것에 대해선 솔직히 나도 당황스럽다.

 

어쩌면 "변화"라고 이름 붙일 만한 거대한 것들은... 사실은 인생에 별로 변화를 주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오히려 ""하고 내가 척추에 전기빔을 맞은것처럼 "변했다" 느끼는건... 삶의 작은 것들인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를 볼때 옛날에는 눈이 얼마나 크고 예쁘냐를 봤으면... 이제는 눈매... 라는 조금은 추상적인 것에 신경을 쓰는 나를 봤을때 그랬고, 티셔츠를 입는것보다 와이셔츠를 입는걸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때 그랬던것같다. 잠을 쫓기위해서 마시던 커피를 요즘은 콧구녕에 같잖은 향을 넣기 위헤서 마시고 있는 자신이 순간 낯설게 느껴졌을때가 그랬고, 일주일에 한번씩 면도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아침저녁으로 면도하고 있는 늙어가고 있는 몰골을 봤을때가 그랬다. " 삶이 변하나보네"라는 느낌을 느끼는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바꾸고, 경제적으로 완전 독립을했을때와 같은 사람들이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을때 느끼는것이 아닌... 그저...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딴생각을 골똘하게 하고 있다가... 불쌍하게 내가 가는 길에 놓여있었다는 죄하나만으로 당연히 차임을 당해야할 숙명을 가진... 조그마한 돌덩이를 차려다가 헛찼을때처럼... "변화"라는건 그렇게, 일상속에서, 천천히... 다가오는것같다.



'직장쟁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년간  (14) 2009.09.14
욜리 빡쎄게 살아야쥐  (11) 2009.07.27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그대에게.  (10) 2009.04.21
직장 그만두고 싶을때  (10) 2009.03.15
성장통  (0) 2008.10.06
새직장  (0) 2007.04.16
Posted by seoulchris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