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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입니다. 저는 1980년 2월생인지라 (79들이 싫어하는 "빠른" 80) 이렇게 10년 단위로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합니다. 1990년에는 10대, 2000년에는 20대, 그리고 2010년에는 30대가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분들이 저를 서른이라고 해도 "아직 만으로 29살이야!"하고 우기곤 했는데... 이제 그런 구차한 나이 계산도 별 의미가 없네요. 조금... 슬픕니다. 

저는 작년에는 세가지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잘난척을 좀 하자면 ^^;;; 2009년에는...  그렇게 세웠던 새해목표를 제 인생 처음으로 모두 달성했습니다. 
  • 2009년 저의 첫번째 새해목표는... 미국에 있는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원하던 시카고대학 MBA 과정에 입학허가를 받았고, 또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기까지 했습니다. 학점이 거지같이 나왔다는것이 조금 불만이긴 하나... 뭐 어쩌겠어요. 제 실력이 딱 거기까지인 것을.
  • 저의 두번째 목표는... 제 인생을 일기와 블로그를 통해서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는... "쓰고 싶을때 글을 쓰자"와 "한테 관심있는것 쓰자"를 신조로 했기에 업데이트도 부실했고, 내용도 지 얘기만 잔뜩 써놓은 것이 초큼 마음에 걸리나 ㅠㅠ 일기만큼은 하루도 안 빼고 썼습니다. 제가 느끼는 바를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게... 매일같이 기록했던 제 자신이 많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마 지난 5년간 제가 했던 일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2009년의 세번째 목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언젠가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일본어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2월에 사표를 내고 지금... 동경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동경에서의 보금자리입니다. 정말 Ko-Tak-Ji만 하지요.


2010년에도 소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이런건 남들한테 욜리 떠벌리고 다녀야 쪽팔려서라도 실행으로 옮기게 된다는 것이 저의 평소신념이기에... 그런 저의 2010년 소망을 이 자리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작년처럼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아닌... 제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것인지라, 고민끝에 "소망"이라고 수줍게 불러봅니다.

저는 2010년에는... 지금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위주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지난 30년간의 제 인생은... 미래의 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현재를 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중학교때에는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외고입학후에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 들어간 후에는 취직을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간 후에는 로펌에서 일하기 위해, 로펌변호사가 된후에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돈을 많이 벌기위해... 그렇게 미래의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매일매일을 희생하며 살았고, 또 그렇게 사는것을 "열심히" 사는거라고 여겨왔습니다. 삶의 촛점을 늘... "미래"의 무언가에 두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지난 30년간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고 싶습니다. 미래의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 제가 가장 행복해할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무책임이라고 비난해도 좋습니다. 철없다고 깔보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도 2010년에는... 제 인생에게, 지금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한번만이라도, 딱 한번만이라도... 줘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에 의하면, 사람이 죽을때 후회하는것은... 성취하지 못한 무언가가 아닌, 해보지 못한 무언가라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갔더라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했더라면"... 와 같이 하지 못했던 일들이 후회가 되지... 그 어느 누구도 "돈을 좀 더 벌었더라면," "회사에서 더 높은 직위에 올라갔더라면," "더 좋은 학교를 다녔더라면," "더 유명했더라면," 또는 "더 잘 나갔었더라면"와 같이 성취에 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느끼는 바가... 저는 참으로 많았습니다. 

혹시 지겨운 글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새해소망이나 목표가 무엇이든간에 꼭 누리시길 간절히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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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가 그렇다고 여기저기... 대단히 많이 돌아당긴건 사실 아닙니다. 하다못해 조그마한 여행까페에 가입을 해도... 쪽팔려서 명함도 못 내밀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건 맞는것 같습니다. 즐겁거든요. 여행하다보면...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 대단한 체험을 할 수 있기때문에 그런건 아닙니다. 사하라 사막을 낙타 타고 횡단하거나,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를 등반한다던가 하는 식의... 자연을 극복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 <-- 이런거 또 본인 관심사 아니거든요. 제가 기껏 좀 해본거라면 스카이 다이빙 정도? 호주의 Great Barrier Reef에서 스쿠버다이빙 한거 정도? 아, 또 있군요. 50미터 짜리 번지점프. 남들이 보면 "애개개 50미터"하겠지만... 저는 그것도 무서워서 미쳐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번지점프 평생 안 할거구요. ㅠㅠ

또 그렇다고 문화유적이나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을 좋아하는것도 아닙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도 처음 30분이야 "오우 짱인데"하지만... 31분째부터 다리만 아픕니다. 모나지라... 아무리 서양미술사 책을 읽어보고 다빈치 코드를 다시 봐도, 뭐 신비한 미소라는데 왜 신비하다고 강요하고 지랄이야 도대체 뭐가 신비하단건지. -_- 그 나머지 작품들은 유명한 박물관 벽에 걸려있으니 대단한건가보다 하는거지, 사실 보고 있으면 그냥 무덤덤할뿐이거든요. 어쩌다가 조금 특이한 작품이 보이면... 손발이 한 1.32초 오그라들다가 또 아무 생각 없어집니다.

옛다, 관심.


어떤 분들은 식도락 여행이라고... 세계각국의 요리를 즐기거나 맥주를 시음하는걸 즐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술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바나, 주류전문가게에 가면 못 구하는 술 없어요. 집에서 느긋하게 앉아서 마실 수 있는데 굳이 멀리서 찾아야하는건지. ^^;;; 음식이요? 저는 제가 한 요리가 세상에서 젤 맛있어요. 인터넷에서 레서피 다운 받아서 유기농으로 요리하면 건강하지, 깨끗하지, 싸지... 하여튼 좋아요.

그럼 저는 왜 여행 좋아하냐구요? 저는... 낯선 느낌때문에 여행을 갑니다. 이방인만이 느낄수 있는... 그 낯설음.

저는 워싱턴 디씨에 5년째 살며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지하철을 타도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몰라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와 달리 지하철에 카페트가 깔려있는것도 낯설었고, 세계의 정치/외교 중심지니만큼... 다들 시사나 경제잡지 하나 들고 조용히 읽고 있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워싱턴에서 처음 살았을때의...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한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지하철에 앉으면... 그냥 잡니다. 자더라도... 내릴때쯤 몸이 자동적으로 깨어나구요. 늘 바로 그 지하철역에서 내리잖아요. 매일 보는 그 광경 그대로잖아요. 주위에 모든것들... 다 아는거잖아요.

저는 그런 익숙함이... 재미없습니다. 지루하구요. 식상합니다.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저는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나봅니다. 삶속에서, 흠짓하고 순간순간 느끼는 낯설음이 좋아서요. 시드니에서 버스탈때 어떻게 돈내야하는지 몰라서 허둥대던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늘 친절한 미국사람들만 보다가... 빠리에서 집주인이 집세 빨리 안낸다고 (아직 3일 남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할 불어로 막 신경질낼때의 순간이... 재밌었습니다. 동경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소심하게 신문지를 4분의 1로 접어서 보고 있을때... 귀여웠구요. 홍콩에서 손님들이 주전자에 있는 뜨거운 차로 자기의 찻잔을 헹군후에야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웃었고, 브뤼셀에서 살때 썼던 핸드폰 메뉴가 불어로 되어있어서 엉뚱한 곳으로 문자가 갔을때... 좀 당황...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낯설음이... 저는 즐겁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1, 2주일간의 여행보다... 실제로 살아보는것을 더 즐겨하는건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유적지를 봤을때가 아닌... 그저 다른 사람들의 삶속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이방인이 되어 훔쳐볼때의 낯설음이... 너무 행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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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이제 12월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에게 12월은 2009년을 마무리하는... 들뜬 시간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4년넘게 했던 회사생활의 마지막 달이거든요. 이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딱 1달 남았습니다. 12월21일에 사표를 내면, 2주후인 1월4일이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합니다. ㅠㅠ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제 1달 가량 남은 지금... 제가 가장 절실히 느끼는 감정은 무서움입니다. 새로운 삶이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을 앞으로 2-3년간 못 벌 생각을 하니... 무서운겁니다. 저는 제가 별로 돈 따위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제가 속물이라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자기최면을 건것일뿐, 저도 결국 그동안 돈맛을 들였나봅니다. 맛있는거 먹거나 좋은 술을 마실때에도 "앞으로 또 벌건데 뭐"하는 생각에 아쉬운 적 없었고, 쇼핑을 갈때도 사고 싶은게 그닥 없어서 문제였지, 사고 싶은걸 돈때문에 못산적은 많지 않거든요. (그건 아마도...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제 사치품알레르기도 한 몫했겠지요.) 하지만 이제 다시 연봉 0원의 백수가 되려하니... 무섭습니다.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서 놓게 되려니... 두렵습니다.

오바 따위 안하고, 정말 딱 저 기분입니다.


두번째로 느끼는 기분은... 허무함입니다. 이런 말 제가 제 입으로 하기엔 민망하지만 ㅠㅠ 저 여기까지 오는데 노력 많이 했거든요. 미국에서 대학 4년에, 로스쿨 3년, 변호사 1000명 넘는 대형로펌의 5년차 변호사에, MBA까지... 나름 고생 했습니다. (잘난척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로스쿨 2년차이던 2003년에는 면접만 100군데 넘게 했을 정도로, 제 동기들도 두손 들 정도로... 열심히 구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죽을둥 살둥 했는데... 그래서 이제 간신히 조금 자리 잡으려 하는데... 갑자기 제 발로 이렇게 떠나려니 허무합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세번째는... 일상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그동안은 그렇게 지겨워서 떠나고 싶어했던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며칠전에 선배가... 제가 보기엔 3시간은 걸려야 할 일을, 1시간반에 해놓으라는겁니다. 평소같으면 노트에 "아 참아라 빨리 때려치우자"를 펜으로 10번 정도 쓰고 나서야 진정이 되어 일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아, 이런 긴장감도 곧 끝이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둘 마음을 먹게한 일등공신이었던 그런 긴박감조차도... 괜히 고맙게 느껴지더라구요. 후배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제가 갈굴 때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집니다. 제가 2년차 변호사였을때는 더 일을 못했으니 그 정도는 봐줘야하지... 하는 알량한 아량이 아닙니다. 그냥 그 순간이... 아쉬웠습니다. 

네번째는... 의구심입니다.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1월초에 일본에 어학연수를 갑니다. 몇달전에 일본이민국에 비자신청을 했을때만해도 일호의 의구심도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떠나는게 당연한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1달이 남은 지금, 조금씩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일본어 어학연수가 제가 좋아하는 것이 맞기는 한것인지.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것인지.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에 간다고 했을때, 제 미국친구들은 99.99%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격려해줍니다. 진정 멋있다고. (진심은 그렇게 늘 마음으로 전해지거든요.) 하지만 우리 나라분들은 대략 2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 우선은... "너는 변호사니까,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돼"하는 전혀 근거도 없는 띄워주기(?)입니다. 제가 얼마를 버는지 그 대강조차도 아시지 못하는 분들께서 그런 말씀 할때면, 저는 어이가 없습니다. 아마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거겠죠. "쟤는 나랑 다르니까 저래도 되지만, 나는 하고 싶은게 있어도 이렇게 그냥 살아가야돼"하며... 자위하는거겠죠.
  • 두번째 분류는... "에이그 철없는 놈아"하며 (겉으로는 말 못 해도) 속으로 비웃는 분들 되겠습니다. 잘나가기위해서, 남들한테 뻐기며 살기 위해서 모든 정력을 다 받치는 분들이 되겠지요. 
저 두번째 부류가 바로 제가 무시하던 부류였습니다. 남의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사는... 껍데기뿐인 자신의 삶조차 보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이라고. 하지만 이제 회사 그만두기 1달전이 되니... 갑자기 그런 분들의 말씀이 귀에 들어옵니다. 제가 내렸던 결정에... 의구심이 생기더라구요. 이게 나이 서른 다 되어서도 정신 못차리는건 아닌지. 정말 잘하는짓인지. 이렇게 제 결정에도 흔들린다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요즘은...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레임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래도 저는 떠날거라는것을 말이죠. 저런 망설임조차도 결국 제 인생을 풍부하게 해줄거라고 믿기때문이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좀 가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데 안하는거... 인생의 반칙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따라가고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거... 제 인생에 대해 갖출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Posted by seoulchris
요즘 저희 동네인 워싱턴 디씨는 날씨가 완연한 가을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조용하게 불면서도, 햇살은 쫙 내려쬐는... 그런 습기 없는 가을날씨있잖아요. 바람 한점 없는 하늘과 함께... 낙엽까지 길거리를 덮고 있으니, 정말 하루하루가 영화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오늘은 그래서 점심때 커피 한잔 사러 나갔습니다. 원래는 그냥 대충 회사에서 주는 공짜 커피 마시고 마는데... 유독 오늘은 가을 날씨때문에 사무실 안에 있기가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핑계로 나갔지요.

너무 좋더군요. ㅠㅠ 그대로는 도저히 사무실에 그냥 들어갈수가 없어서...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산책을 했습니다. 조지타운까지 무려 왕복 50분가량을 돌아당겼는데... 기분이 너무 상쾌했습니다. 괜히 지나가면서 낙엽을 발로 차보기도 하고, 그냥 멍때리면서 하늘을 보며 걷기도 했지요. 늘 그 시간이면 사무실에 앉아서 아무도 신경도 안쓰는 법률용어로 가득한 문서 잡고 쪼잔하게 지내서 그랬는지... 더더욱 해방감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했습니다. 


실제 집에서 지하철까지 걸어가는 길입니다. 가을엔 정말 산책할 맛 납니다. ㅎㅎ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행복하려면... 일상속에서 즐기는 ritual이 많아야한다구요. 글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저도 "ritual"이라는 단어밖에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글 속에서의 ritual은 아마, 일상속에서의 작은 의식쯤... 이라고 하면 될것같아요. 꼭 어디 오지여행을 하고 폭포에서 번지점프하는 것처럼 일탈을 통해 얻는 행복이 아니라, 그냥 매일 하나의 "의식"처럼 반복하는 것들이지만... 많이 행복한 그런 짧은 순간들있잖아요. 

그리고... 저의 심하게 별 볼일 없는, 거지같은 삶에도 ㅠㅠ 그런 행복한 ritual이 몇개가 있습니다.
  • 날씨 좋은 날에 산책. 바로 오늘 점심때 산책한것처럼. 위에서 얘기했듯이 그냥 웬지 그런 산책이 저는 너무 좋거든요. 왜 좋은지 이유 묻지 마시구요. 저도 모르니까. 그저... 오늘 그렇게 걸으면서... 새삼 산책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저의 ritual이라는걸 느꼈습니다.
  • 아침에 여유롭게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 아침에 서둘러 학교가거나 회사에 어서 가야할때 잽싸게 원샷하는 그런 커피 한잔 말하는거 아니구요. 그냥... 부시시한 얼굴로, 눈에 눈꼽낀채로, 열나 후줄근한 잠옷을 입고... 좀비처럼 걸으며 부엌에 가서 끓인 커피 한잔. 그 후에 책상에 앉아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한잔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ritual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여유지요. 저는 그래서 주말에는 앉은 그 자리에서 서너잔씩 막 커피를 마십니다. (주중에는 딱 한잔, 잠 깰정도로만 마시구요.) 그 주말 아침의 여유가 너무 좋아서요. 그 여유로운 순간을 되도록이면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 이겠죠.
  • 숲이 있는 공원에서 땀 흠뻑 흘릴 정도로 뛰는거. 아스팔트 쫙 깔린 그런 공원 말구요. 콘크리트 없이... 숲을 통해 달리는 통로가 있는, 저희 집 앞의 공원같은 곳에서 뛰는 것. 제 숨소리와... 흙을 밟는 발자국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그 순간은... 그냥 시간이 멈춰져있다는 착각마저 들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정지해있고 저만 웬지 움직이는 것같은 기분. (멋있는 척 하려고 이런 소리하는거 아니구요. -_- 전혀 멋있지도 않지만.) 그렇게 숲에서 뛸때... 저는 행복합니다.
  • 저녁때 좋은 맥주 한잔. 그런 김빠지거나 아무렇게 공장에서 억지로 제조하는 쓰레기 OB맥주 같은거 정중하게 사양하구요. (과격한 표현 미안합니다. ㅠㅠ 그런데 그런 맥주만 보면 저는 이상하게 화가 납니다. ^^;;;) 이왕이면 유럽의 수도사들이 만든 맥주였으면 좋겠고, 얼기 직전의 차가운 맥주를... 하루를 마치면서 딱 한잔 마실때. 좋은 맥주는 석잔 이상 마시면 너무 취하니까 그냥 기분 좋을 정도로 딱 한잔. 원샷도 안됩니다. 그냥 맥주의 금빛 색깔을 뚫어지게 보면서... 천천히 음미하듯이 마시는 그 순간. 제가 행복함을 느끼는 또 하나의 ritual입니다.
그렇게 한 4가지 정도 되네요. 앞으로 제 목표는... 저렇게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상의 ritual을 더 많이 만드는거겠죠. 그렇게 행복한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행복한 하루가 되는거잖아요. 그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행복한 1년이 되구요. 그리고 그 행복한 1년, 1년들이 모여서... 결국 행복한 인생이 되는거 아니겠어요.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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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뉴욕에 가신 분들이라면 꼭 들르게 마련인 곳이 맨하튼의 타임스퀘어입니다. 제가 봤을때는 사람많고 복잡하기만 하지... 특별히 할것도, 대단히 볼 만한 구경거리가 딱히 있는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뉴욕에 오면 다들 타임스퀘어를 갑니다. 

그런데 그 타임스퀘어에는... 삼성과 LG의 간판이 있지요. 그리고 우리 나라분들은 그 간판들을 볼때마다... 꼭 한마디씩 합니다.  정말 자랑스럽다구요.  우리 나라의 위상이 여기까지 느껴져서 뿌듯하다고.  세계 금융중심지 뉴욕 한복판에 삼성 간판을 보며... 마치 한국 사람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정상에 꽂은 태극기를 볼 때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나봅니다. 
 

비오는 날 찍었더니 좀 우중충하네요. ^^;; 한복판에 삼성 로고. 오른쪽 구석에 노란택시.


꼭 타임스퀘어에 갈때만 그런건 또 사실 아니지요. 흔히들... 삼성이 불법적인 짓을 해도 삼성이 잘나가면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의 자랑이니까 좀 눈감아줘야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그렇게 "그래도 좀 봐줘야한다"라고 말하는건... 삼성이 세계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을 상대로 우리 나라를 대표해서 싸워준다고 생각하기때문이겠죠.  (그나저나 그토록 드러난 비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삼성에 별 탈 없는거 보면... 미국변호사로써 조금 신기하기는 합니다.  미국이랑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미국에서 그 정도로 드러났으면 벌써 수십명 감방에 계시고 기업은 파산했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삼성의 간판을 보고 자랑스러워하고, 삼성이 잘되어야 우리 나라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식의 얘기를 들을때마다 저는 마음이 굉장히 불편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쯤 되는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엄밀히 따지면 삼성전자는 우리 나라의 기업이 아니기때문이겠죠.  이병철이 세워서 서울에 본사가 있는 삼성이 우리 나라 기업이 아니라니 뭔 미친 소리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께는 정말 송구스럽게도... 우리 나라의 경제체제는 주주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합니다.  즉, 삼성전자의 주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진 분들이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삼성전자 주주의 5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거.  물론 시장에 따라 다르지만, 금년초에는 외국인이 60%를 넘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말하자면... 삼성전자는 외국 기업이지요. 삼성전자가 잘 되어서 주식이 오르고 배당금을 받게 되면, 그거 다 외국인들이 이득을 보는 겁니다.  

("그게 뭔 상관이냐, 그래도 삼성은 우리 나라꺼야"라고 말하시고 싶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혹시 빨갱이세요?  "회사는 주주의 소유"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을 부정하시다니... 빨갱이 공산주의자이신가보네요.  ^^;;; 공산주의가 나쁘다는 둥의 유치한 소리를 하려는게 아니라, 빨갱이는 그렇듯 자본주의를 부정하시는 분들을 지칭하는 말이거든요. (한나라당 싫다고 무조건 빨갱이가 아니구요.))

두번째 불편한 이유는... 외국인들은 "오, 삼성전자가 있는 꼬레아는 대단한 나라군요"하는 생각을 하지 않기때문... 이겠죠.  외국에서는 그렇게까지 기업의 국적에 신경 안 쓴답니다.  "아 삼성의 핸드폰 조낸 좋군하"하는 생각은 물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거기서 갑자기 "삼성전자가 있는 한국은 역시 발전한 좋은 나라구나"하는 식의 유아기적인 생각 하는 사람 자체가 (한국 사람외에는ㅠㅠ) 잘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잘 된다고 해서 외국에서 우리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따위의 일은... 실제로는 그다지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지요.  요즘같은 세계화시대에, 기업에 국적을 부여한다는 생각 자체가 지나치게 순진하다못해... 어리석기까지한 발상일지도 모릅니다.  

타임스퀘어의 삼성 간판을 볼때마다 우리 나라 분들께서 조금의 자랑스러움을 느끼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뿌듯함"이라는 느낌 자체가 그냥 감정이잖아요.  잘잘못을 따질 성질의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게 "삼성의 간판 보니 자랑스러웠어" 아니면 "삼성이 잘 나가야 우리 나라 위상이 높아져"와 같은 얘기를 들을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ㅠㅠ 따지고 보면 우리 나라의 기업도 아니오, 설사 우리 나라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제 세계에서 우리 나라의 "위상"과는 별 상관도 없는 삼성전자라는 사기업에 까지... 꼭 그렇게 민족주의를 들이대야하는것일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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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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