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30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뭐일것 같으신가요. 저의 경험에 의하면... "결혼 안 해?"쯤이 될것같습니다. 이건 부모님이나 나이 드신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것 같습니다. 자신들은 이미 편입되어있는 유부남, 유부녀들의 세계로 저를 끌여들이면 마음이 편해지는건지... 결혼을 벌써 한 친구들이 특별히 좀 그런것 같습니다. 마치 왜 미루고 있는 숙제를 안 하고 있냐는 식으로 추궁을 넘어서서... 비난조로 묻고는 하지요. 가끔 그래서 미혼인 저는... 마치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기분마저 느낄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우리 나라에서의 대학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대학을 꼭 나와야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 나라에서는 웬지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구실을 못 할 것처럼 매도하는것처럼... 결혼도 좀 그런것 같습니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 대학은 나와야지"하고 말하는 것과,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하고 말하는 것과... 어찌해서 그렇게 저의 귀에는 똑같이 들리는것인지. 다른게 한가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교육은 사회적 제도일뿐이라는것을 인정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결혼을 인간이 태어났으면 꼭 하지 않으면 안될 인간의 본능쯤으로 착각한다는것이겠지요.
그렇지만... 결혼도 결국 사람이 억지로 만들어내는 사회적 제도일뿐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그냥 일종의 법적인 계약일뿐입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되잖아요. 결혼이란... 그 법이 주는 권리와 편리함을 이용해먹기 위한 수단일뿐,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저에게는 솔직히 없습니다. 결혼은 사랑의 결정체라구요? 사랑이라는게... 결혼을 했냐 안 했냐의 여부로 결정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고 슬픈것 아닌가요. 어떻게 사회적 제도 따위로 사랑의 깊이가 결정될 수 있단 말인가요.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럼 넌 결혼하지마"하면서 역정내듯이 말씀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결혼은 사회적 제도일뿐이므로 꼭 해야하는건 아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것이... "결혼을 절대 안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혹시 머리는 장식품으로 들고 다니시나봐요 고등학교때 국어공부를 게을리시하신건가요. 꼭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것과... 절대 안하겠다는 것은 많이 다르거든요. 저는 결혼을 "그저 사회적 제도일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안하겠다는 독신주의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지요. 결혼은 인간의 본능이 아닌 제도일뿐이지만, 그래도 결혼은 언젠가는 하고 싶습니다. 왜냐면요...
우선은 저는 우리 나라 사람과 결혼하고 싶거든요. 21년째 외국생활을 하면서... 많은 외국친구들을 사귀어봤지만, 저는 결혼은 한국 사람과 하고 싶습니다. 저는 복받은 인간인지라... 지금 생각해봐도 제가 만나봤던 외국친구들은... 애인이건 친구이건, 그냥 한 인간으로서도 참 괜찮은 사람들이었거든요. 하지만... 한국사람이 아닌 분들과는 그 무언가 끝까지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부분. 저에게 있어서 아내라는 존재는 모든 것을 정신적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국분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국인 사회속에서 살아온 아내에게... 설사 아내는 결혼을 안하고 평생 동거만 하는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해도, 아내에게 주위 사람들 -- 그게 가족, 친척이든 친구들이든간에 -- 로부터 "왜 결혼 안하냐"는 스트레스를 받게 하면서 살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저야 원래 남들이 뭐라든간에 싹 씹어버리고 사는 인간이기에 누가 결혼 왜 안하냐고 지랄해도 추궁해도 별로 상관 안하지만, 저같은 철면피를 아내에게까지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제가 결혼을 하고 싶은 한가지 이유는... 한국 사람일 아내에게 그런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하면서 살고 싶지 않기때문인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가지 이유는... 제 자식을 낳고 싶기때문이겠지요. 언젠가 어머니께서 "자식을 기르지 않는 인생은 반쪽 인생이야"라고 하신 말씀이 저는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 자식을 낳아본적이 없어서 실제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 느낄 겨를은 없었지만... 그래도 웬지 이번만큼은 그런 어머니의 말씀이 맞을것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을 낳는다는것은... 설사 저와 제 아내는 아무렇지 않다하더라도... 그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만무하지요. 그런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제 아내와 자식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싶어서.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을 낳았을때에 아내와 자식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사람들이 꼴보기 싫어서.
이렇게 저의 평소 생각들을 얘기할때면... "왜 이렇게 따지면서 사냐 그냥 남들하는대로 대충 살지"하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혼을 그냥 제도일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왜... "따지며 사는것"처러 보이게 되는건지도 저는 이해못하지만... 그보다도 저는 그런 분들에게 역으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 남들이 정해놓은대로 살아가는게 더 피곤하지 않냐고. 자기가 생겨먹은대로 살아가는게 훨씬 편하지 않냐고. 그렇게 중요한 결혼을... 아무렇게 생각없이, 남들이 결혼은 꼭 해야하는거라고 하니까 하는게 더 이상한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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