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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8 너는 커서 뭐가 될래 (12)
어린시절을 회상할때면... 드는 의문이 저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어느 순간 어른의 세계에 들어오고 나니, 어른들은 어린시절을 얘기할때면 "그땐 순수했는데"하면서 어렸을때는 누구나가 마음이 깨끗했었다고 여기더군요. 저는 그게 늘 이상했습니다. 저는 어렸을때도 완전 발라당 까졌었는데 그다지 순수하지 않았거든요. 어릴때에 비해서 지금은 표현방법이 조금 세련되어졌을뿐, 제 속모습이... 그렇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렇다고... 남들이 어린 시절에 가졌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때묻지 않은 마음을 서른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제가 가진건 아닌것 같은데. 어렸을때부터... 제가 그만큼 약아빠졌던걸까요. 아님... 정녕 저만 빼고 어렸을땐 다들 그토록 순수하셨나요. 정말로 그러셨단말인가요.

또 하나 제가 가졌던 의문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엔 뭔가 장래희망이 있어야한다는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렸을때 지겹도록 받았던 질문이 "너는 커서 뭐가 될래?"였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뭐 대통령이니, 의사니 과학자니 나름 멋드러지게 보이는 직업들을 쭉 나열했던것같은데... 저는 장래희망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없는데요, 뭘. ㅠㅠ) 

늘 착한 어린이고 싶어 했던 저도... 그렇게 당연히 장래희망이 있을거라고 기대하시는 어른들을 감동시켜주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장래희망을 지어내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쩔땐 아버지가 과학자니까 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적도 있고, 기분 내키면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한적도 있었습니다. 되고 싶다는 생각 한번도 해본적 없으면서도...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적도 있습니다. 혹시 "왜?"하고 조금은 더 내 인생에 관심있는 척하시는 특이한 어른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각 직업별로 되고 싶어하는 이유까지도 미리 준비해놓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속으로는... 그런거 자꾸 물어보는 어른들을 매우 피곤해하면서도 말이죠. 결국...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어떤 거짓말을 했느냐만 다를뿐, 실제로 장래희망을 가져봤던 적이 저는 한번도 없습니다. 

요즘 저는 도쿄에서 어학연수중입니다. 금년 1월에 새로 온 학생이다 보니 어딜 가도 자기소개를 하게 됩니다. 성은 하씨고, 취미는 잘난척하는 애들 띄워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비꼬기, 구라친 다음에 발뺌하기, 남의 약점 잡아서 나한테 유리하게 이용해먹기 여행과 스노보드라고 말하고 나면... 다들 물어봅니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일어를 배워서 어디다가 써먹어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는 어렸을때처럼 피곤하게 구라를 지어내는 대신... "일어 어디다가 써먹을 생각 없고, 장래희망같은거 없어요."하고 무심하게 말하는 제 뻔뻔함이 조금 다르네요. 심지어 일본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경우에는... 그렇게 "장래희망따위 없다"는 말을 한 후에, 미안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쓰미마셍"이라는 세심한 사과까지 날려주며... 다함께 은혜로운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어쩜 그렇게 어렸을때랑 모든게 똑같을까요. 장래희망이 없다고 하면 은근히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까지도. 세상이 저에게 원하는 것이... 제가 초등학생이었을때와, 중학생이었을때와, 서른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는걸까요. "뭔가 되기 위해서" 살아가는것이 그토록, 그토록이나 중요한것이란 말인가요.

직찍 하나. 일본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Chimay. 그렇다고 장래희망이 "맥주"일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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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ch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