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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1 직장 그만두기 한달전의 기분 (21)
이제 12월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에게 12월은 2009년을 마무리하는... 들뜬 시간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4년넘게 했던 회사생활의 마지막 달이거든요. 이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딱 1달 남았습니다. 12월21일에 사표를 내면, 2주후인 1월4일이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합니다. ㅠㅠ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제 1달 가량 남은 지금... 제가 가장 절실히 느끼는 감정은 무서움입니다. 새로운 삶이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을 앞으로 2-3년간 못 벌 생각을 하니... 무서운겁니다. 저는 제가 별로 돈 따위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제가 속물이라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자기최면을 건것일뿐, 저도 결국 그동안 돈맛을 들였나봅니다. 맛있는거 먹거나 좋은 술을 마실때에도 "앞으로 또 벌건데 뭐"하는 생각에 아쉬운 적 없었고, 쇼핑을 갈때도 사고 싶은게 그닥 없어서 문제였지, 사고 싶은걸 돈때문에 못산적은 많지 않거든요. (그건 아마도...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제 사치품알레르기도 한 몫했겠지요.) 하지만 이제 다시 연봉 0원의 백수가 되려하니... 무섭습니다.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서 놓게 되려니... 두렵습니다.

오바 따위 안하고, 정말 딱 저 기분입니다.


두번째로 느끼는 기분은... 허무함입니다. 이런 말 제가 제 입으로 하기엔 민망하지만 ㅠㅠ 저 여기까지 오는데 노력 많이 했거든요. 미국에서 대학 4년에, 로스쿨 3년, 변호사 1000명 넘는 대형로펌의 5년차 변호사에, MBA까지... 나름 고생 했습니다. (잘난척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로스쿨 2년차이던 2003년에는 면접만 100군데 넘게 했을 정도로, 제 동기들도 두손 들 정도로... 열심히 구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죽을둥 살둥 했는데... 그래서 이제 간신히 조금 자리 잡으려 하는데... 갑자기 제 발로 이렇게 떠나려니 허무합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세번째는... 일상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그동안은 그렇게 지겨워서 떠나고 싶어했던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며칠전에 선배가... 제가 보기엔 3시간은 걸려야 할 일을, 1시간반에 해놓으라는겁니다. 평소같으면 노트에 "아 참아라 빨리 때려치우자"를 펜으로 10번 정도 쓰고 나서야 진정이 되어 일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아, 이런 긴장감도 곧 끝이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둘 마음을 먹게한 일등공신이었던 그런 긴박감조차도... 괜히 고맙게 느껴지더라구요. 후배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제가 갈굴 때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집니다. 제가 2년차 변호사였을때는 더 일을 못했으니 그 정도는 봐줘야하지... 하는 알량한 아량이 아닙니다. 그냥 그 순간이... 아쉬웠습니다. 

네번째는... 의구심입니다.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1월초에 일본에 어학연수를 갑니다. 몇달전에 일본이민국에 비자신청을 했을때만해도 일호의 의구심도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떠나는게 당연한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1달이 남은 지금, 조금씩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일본어 어학연수가 제가 좋아하는 것이 맞기는 한것인지.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것인지.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에 간다고 했을때, 제 미국친구들은 99.99%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격려해줍니다. 진정 멋있다고. (진심은 그렇게 늘 마음으로 전해지거든요.) 하지만 우리 나라분들은 대략 2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 우선은... "너는 변호사니까,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돼"하는 전혀 근거도 없는 띄워주기(?)입니다. 제가 얼마를 버는지 그 대강조차도 아시지 못하는 분들께서 그런 말씀 할때면, 저는 어이가 없습니다. 아마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거겠죠. "쟤는 나랑 다르니까 저래도 되지만, 나는 하고 싶은게 있어도 이렇게 그냥 살아가야돼"하며... 자위하는거겠죠.
  • 두번째 분류는... "에이그 철없는 놈아"하며 (겉으로는 말 못 해도) 속으로 비웃는 분들 되겠습니다. 잘나가기위해서, 남들한테 뻐기며 살기 위해서 모든 정력을 다 받치는 분들이 되겠지요. 
저 두번째 부류가 바로 제가 무시하던 부류였습니다. 남의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사는... 껍데기뿐인 자신의 삶조차 보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이라고. 하지만 이제 회사 그만두기 1달전이 되니... 갑자기 그런 분들의 말씀이 귀에 들어옵니다. 제가 내렸던 결정에... 의구심이 생기더라구요. 이게 나이 서른 다 되어서도 정신 못차리는건 아닌지. 정말 잘하는짓인지. 이렇게 제 결정에도 흔들린다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요즘은...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레임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래도 저는 떠날거라는것을 말이죠. 저런 망설임조차도 결국 제 인생을 풍부하게 해줄거라고 믿기때문이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좀 가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데 안하는거... 인생의 반칙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따라가고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거... 제 인생에 대해 갖출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Posted by seoul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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