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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쟁이 이야기

욜리 빡쎄게 살아야쥐

얼마전에 워싱턴DC에서... 공정거래법 conference가 있었습니다. 워낙에 큰 행사인지라, 각국의 공정거래법 변호사들이 몇천명씩 모이는 행사였지요. 거기에 학교 선배가 초대를 해서 갔다가... 저녁때 우리 나라에서 온 변호사들이랑 술 한잔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법무법인 H소속의 분들이셨는데, 저는 처음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손가락에 꼽히는 로펌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제 1달만 있으면 5년차 변호사가 되어가지만... 미국변호사들이 아닌, 한국변호사들과의 사적인 자리는 처음인지라 조금은 신기한 마음에, 조금은 재미있을거라는 기대와 함께, 술자리에 참여했지요.

하지만 만남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사실 많이 씁쓸했습니다. 그분들께서... 빡세게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강하게 느꼈거든요.

얼마전에... 우리 나라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즐기며 사는것"에 대해서 일종의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3, 40대의 직장인이, 특히 남자가 재밌게 살면, 철없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는 얘기였지요.


저는 그 술자리에서... 참으로 그 이야기에 동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고 바에서 계산을 할때까지, 모든 대화의 주제가 어떻게 하면 더욱 빡세게 살아서 더욱 출세를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ㅠㅠ 행복하게, 재미나게 사는 것이나 -- 또는 여유롭게, 아니 여유를 떠나서 그냥 삶을 즐기려는 모습을 단 한 사람에게서도, 단 1초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거기에 계셨던 분들이 모두... 출세를 위해 빡쎄게 사는 삶 자체를 진정으로 즐기고 원했을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뭔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만이... 전부였지요. ㅠㅠ 씁쓸함을 넘어서서 조금... 슬펐습니다.

무엇이 그 분들을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일까요. 건강, 가족, 삶의 여유를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출세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그렇게 빡쎄게 사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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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주민 2009.08.04 20:19

    30년가까이를 한국서 살고 한 10~20%쯤을 해외에 있어본 사람의 시각으로 보자면요, 어느 나라 사람이던 사람들은 대세를 따라가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법인데, 한국은 빡세게 사는 것이 대세라 자신을 끊임 없이 채찍질(?)하지 않으면 왠지 뒤쳐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이 불안감이 사람들을 행복하지 않은 감정으로 몰아 넣는 것 같아요.
    변호사 직업군이라 원래 초중고때부터 열심히 살았던 (공부로만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분들이라 더욱 자신을 빡세게 사는 쪽으로 몰고 가시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그분들 기준에서는 빡세게 살아서 남보다 성공(의 의미가 돈+명예라치면)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일 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같이 재미없는 모든 것은 무효!라는 신념으로 방랑하며 사는 사람조차, 이 미국땅에 있으니 뭔가 해야될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리는 걸 보면... 그 교육의 효과를 무시 못하겠네요.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08.06 07:37 신고

    빡쎄게 사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는 "대세"라는 말씀 ㅎㅎㅎ 정말 동감해요. 하지만... 빡세게 살아서 욜리 성공하는 것이 "행복일수도 있다"는 동네주민님의 그 말씀 자체에 이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그 날 제가 그 변호사분들께 느꼈던 바는 조금 달랐거든요. ^^;;; 우선은 그 분들께서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냥... 그 느낌이 그랬어요. 누군가가 뒤에 쫓아오기때문에 억지로 도망가는 듯한 숨막힘... 이라고 하면 적당할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둘째는 돈/명예라는 의미에서의 성공은... 끝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 분들은 그래도 우리 나라 사회에서 상당히 "성공" (?) 하신 축에 속하시는데도, 전혀 만족하는듯 보이지 않았거든요. 벌면 더 벌고 싶고, 잘나가는데도 더 잘나가고 싶어서 괴로워하시고 스스로를 닦달(?)하는 그 분들을 보니... "아 정말 빡세게 살아도 살아도 더 빡셀 수 있구나"는 것을 느꼈답니다. ㅠㅠ

    그리고 여담이지만... 저도 우리 나라에서 나름 빡쎄게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시후에 대학을 다녔지만... 이제 미국으로 건너온지 10년이 다 되어가니 "빡쎔"의 기준 자체가 달라질 정도로... 우리나라는 역시 차원이 다른가봅니다. 제가 미국으로 휴가온 친구를 디씨에서 만난적이 있는데... 제가 금요일(!) 8시에 퇴근하는거 보고 "너 왜 이렇게 일 안해?"라고 묻더군요. ㅠㅠ 헐...

  • Ironbutterfly 2009.08.18 12:52

    그럼..10시반에 널널하게 출근해서 1시간 반쯤 점심 룰루랄라 먹고 5시반쯤 상황봐서 퇴근하는 난 완전 노는거네
    나 미국오길 잘했나봐 ㅎㅎㅎ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08.19 06:36 신고

      제발 일 좀 해 ㅎㅎㅎㅎ

      우리는 이 사회를 발전시켜야할 의무를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자랑스러운 대한의 일꾼이란 말이야 <--- 놀구 있네

  • 소현 2009.09.23 22:04

    네 블로그의 일관된 주제에 나도 매우 동의하는데.. 난 애초에 빡쌔게 살 생각도 행동도 안하는 게으름뱅이라 덥썩 네 얘기에 맞장구만 치기엔 좀 입장이 다른 듯ㅜㅜ 빡쌔게 살아볼려고 발버둥도 쳐본 경험 있는 사람이 나중에 "다 부질없어. 중요한 건 행복이야" 하면 좀 그럴싸한데 애초부터 그렇게 생각해온 나 같은 자는.. 천재인걸까 ㅋㅋ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09.24 08:02 신고

      일관된 주제를 굳이 고집하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이제 서른이 되고나니, 그리고 10년째 유학생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요즘 가장 절실히 느끼는 바를 적다보니 그렇게 된거지, 뭐.

      그리고 사실 빡쎄게 실제로 살았냐 아니냐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런 사회분위기를 말하는것같아. 그러니까... 실제로 빡쎄게 살았단 아니든, 모두들 "아 열심히 살아야겠다" 또는 "좀 더 빡세게 살아야할텐데"하는 강박관념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좀 심한것같다는 얘기일뿐이야.

  • 소현 2009.09.23 22:08

    즉각적인 재미와 보람을 비교적 줄기차게 느낄 수 있는 일이나 공부는 뭐가 있을까-_-; (가령, 지겹게 책 파는 공부는 1-2시간 이하로 하고 토론질 따위를 주로 하는..) 나도 공부하고파 흙흙

  • dp 2009.10.26 17:42

    앗.. 워싱턴 디씨에서, 로스쿨 3학년으로서 책 읽다가 피곤해서 인터넷하다가 우연히 들어왔는데 공감가는 글이 많네요. 게다가 심지어 디씨 쪽에서 로스쿨 나오셨나봐요. @_@ (제가 다니는 곳은 아니신 것 같지만)

    저는 졸업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면서, 한국에 가면 과연 남들 하는대로 따라가지 않고 내 인생 내가 설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어쩌면 결국엔, 미국이든 한국이든 취직이 되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따르게 될 수도 있겠지만요. 수업 들어야 할 것도 많은데 미래계획에 머리는 더 복잡해지기만 하고...

    인생선배님 글 읽고 힘 얻어가요.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0.27 05:43 신고

      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로스쿨 뉴욕쪽에서 졸업했습니다. 그러고서 여름에 summer associate으로 일했던... 디씨에 있는 로펌으로 졸업하고 또 왔습니다. 지금은 이제 5년차네요. 아는거 쥐뿔도 없는데 (겸손같은거 아니구요) 세월만 너무나 빨리 갑니다. ㅠㅠ

      그래도 인생 설계에 대한 고민을 학교 다니시면서 깊게 하시는거보니... 저보다는 여러 발자국 앞서나가신 분같아서 부러운 생각이 드네요. ^^;; 저는 졸업할때까지 별 생각없이, 남들하는대로 했거든요. 그런거 보신적 있으신가요. 유치원에서... 한무리의 애들이 여기 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어느새 다른 애들도 덩달아 우르르 뛰어다니고 있는거. 제가 그랬거든요. 한 2년전까지만 해도.

      말씀하신대로... 결국 지금은 "현실"을 따라가게 되더라도, 그렇게 고민하시는 분이고, 또 어느 정도의 행동력과 결단력이 있으신 분이라면 (우리 나라에서 오신 유학생이시죠? 혼자 유학까지 오신 분이라면 행동력/결단력은 어느 정도 일단 있으신거잖아요) 결국 하고 싶으신걸 찾으시고 "남들하는대로 따라가지 않고" 가실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중요한건 늘... "나의 길을 가야지"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것과, 그리고 그를 행동으로 옮길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는거라고... 저는 굳게 믿거든요.

      로스쿨도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마무리 잘 하시고, 그동안 며칠 날씨 욜리 좋다가 갑자기 또 오늘 아침은 비가 오네요. 하루 잘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www.facebook.com/ BlogIcon Stormy 2013.05.27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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