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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의 행복한 순간들

살아가는 이야기

by 주인 seoulchris 2009. 11. 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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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 동네인 워싱턴 디씨는 날씨가 완연한 가을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조용하게 불면서도, 햇살은 쫙 내려쬐는... 그런 습기 없는 가을날씨있잖아요. 바람 한점 없는 하늘과 함께... 낙엽까지 길거리를 덮고 있으니, 정말 하루하루가 영화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오늘은 그래서 점심때 커피 한잔 사러 나갔습니다. 원래는 그냥 대충 회사에서 주는 공짜 커피 마시고 마는데... 유독 오늘은 가을 날씨때문에 사무실 안에 있기가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핑계로 나갔지요.

너무 좋더군요. ㅠㅠ 그대로는 도저히 사무실에 그냥 들어갈수가 없어서...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산책을 했습니다. 조지타운까지 무려 왕복 50분가량을 돌아당겼는데... 기분이 너무 상쾌했습니다. 괜히 지나가면서 낙엽을 발로 차보기도 하고, 그냥 멍때리면서 하늘을 보며 걷기도 했지요. 늘 그 시간이면 사무실에 앉아서 아무도 신경도 안쓰는 법률용어로 가득한 문서 잡고 쪼잔하게 지내서 그랬는지... 더더욱 해방감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했습니다. 


실제 집에서 지하철까지 걸어가는 길입니다. 가을엔 정말 산책할 맛 납니다. ㅎㅎ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행복하려면... 일상속에서 즐기는 ritual이 많아야한다구요. 글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저도 "ritual"이라는 단어밖에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글 속에서의 ritual은 아마, 일상속에서의 작은 의식쯤... 이라고 하면 될것같아요. 꼭 어디 오지여행을 하고 폭포에서 번지점프하는 것처럼 일탈을 통해 얻는 행복이 아니라, 그냥 매일 하나의 "의식"처럼 반복하는 것들이지만... 많이 행복한 그런 짧은 순간들있잖아요. 

그리고... 저의 심하게 별 볼일 없는, 거지같은 삶에도 ㅠㅠ 그런 행복한 ritual이 몇개가 있습니다.
  • 날씨 좋은 날에 산책. 바로 오늘 점심때 산책한것처럼. 위에서 얘기했듯이 그냥 웬지 그런 산책이 저는 너무 좋거든요. 왜 좋은지 이유 묻지 마시구요. 저도 모르니까. 그저... 오늘 그렇게 걸으면서... 새삼 산책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저의 ritual이라는걸 느꼈습니다.
  • 아침에 여유롭게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 아침에 서둘러 학교가거나 회사에 어서 가야할때 잽싸게 원샷하는 그런 커피 한잔 말하는거 아니구요. 그냥... 부시시한 얼굴로, 눈에 눈꼽낀채로, 열나 후줄근한 잠옷을 입고... 좀비처럼 걸으며 부엌에 가서 끓인 커피 한잔. 그 후에 책상에 앉아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한잔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ritual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여유지요. 저는 그래서 주말에는 앉은 그 자리에서 서너잔씩 막 커피를 마십니다. (주중에는 딱 한잔, 잠 깰정도로만 마시구요.) 그 주말 아침의 여유가 너무 좋아서요. 그 여유로운 순간을 되도록이면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 이겠죠.
  • 숲이 있는 공원에서 땀 흠뻑 흘릴 정도로 뛰는거. 아스팔트 쫙 깔린 그런 공원 말구요. 콘크리트 없이... 숲을 통해 달리는 통로가 있는, 저희 집 앞의 공원같은 곳에서 뛰는 것. 제 숨소리와... 흙을 밟는 발자국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그 순간은... 그냥 시간이 멈춰져있다는 착각마저 들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정지해있고 저만 웬지 움직이는 것같은 기분. (멋있는 척 하려고 이런 소리하는거 아니구요. -_- 전혀 멋있지도 않지만.) 그렇게 숲에서 뛸때... 저는 행복합니다.
  • 저녁때 좋은 맥주 한잔. 그런 김빠지거나 아무렇게 공장에서 억지로 제조하는 쓰레기 OB맥주 같은거 정중하게 사양하구요. (과격한 표현 미안합니다. ㅠㅠ 그런데 그런 맥주만 보면 저는 이상하게 화가 납니다. ^^;;;) 이왕이면 유럽의 수도사들이 만든 맥주였으면 좋겠고, 얼기 직전의 차가운 맥주를... 하루를 마치면서 딱 한잔 마실때. 좋은 맥주는 석잔 이상 마시면 너무 취하니까 그냥 기분 좋을 정도로 딱 한잔. 원샷도 안됩니다. 그냥 맥주의 금빛 색깔을 뚫어지게 보면서... 천천히 음미하듯이 마시는 그 순간. 제가 행복함을 느끼는 또 하나의 ritual입니다.
그렇게 한 4가지 정도 되네요. 앞으로 제 목표는... 저렇게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상의 ritual을 더 많이 만드는거겠죠. 그렇게 행복한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행복한 하루가 되는거잖아요. 그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행복한 1년이 되구요. 그리고 그 행복한 1년, 1년들이 모여서... 결국 행복한 인생이 되는거 아니겠어요.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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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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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6 00:42
    맞는 이야기예요 ㅎ 거창한거 말고, 삶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면 그게 행복한거죠 ㅎ 맨날 여행과같이 거창한 것만 할 순 없으니깐요 ㅎ 저도 기분 좋게 맥주 한잔 하고 싶은데 ㅠ 전 완전 술을 못 마셔서 ㅠ 부러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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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6 14:10 신고
      "작은" 행복이라고 하셨네요. ㅎㅎㅎ 하지만 요즘은... 일상속에서 느끼는 행복이 그런 작은 행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것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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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7 05:54
      아, 부정적인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라. 모랄까. 자칫 놓칠 수 있는 행복이란 의미로 말한건데;; 부정적으로 들렸나요? ㅎ 저는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다른 행복도 느낄 수 있다고 (혹은 더 백분음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 저도 seoulchris님처럼 아침에 커피 한잔하면서 그리고 수영하고 책보고. 모 이러면서 행복을 느껴요 ㅎ 요즘은 특히 책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죠.. ㅎ 고럼, 좋은 주말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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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8 17:45 신고
      앗, 딴지걸라고 그런거 아니구요... 그냥 저에게는 "작지만 큰" 행복이라는 뜻으로 말씀드렸어요.

      그나저나 다시 글 읽어보니... 제가 매일 저런 여유를 느끼는것처럼 비춰지네요. ㅎㅎㅎ 그런거 아닌데. 그러지 못하기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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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8 19:38
    맥주 뭐 드세요? 좋은 맥주 소개 좀 해주세요.... 이것저것 마셔봐도 요샌 딱히 맛있는게 없네요.

    제 블로그에서 트랙백을 걸려고 했는데, 안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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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9 08:01 신고
      저는 벨기에에서 살때, 로컬친구들이 추천해준 Chimay에 반해서 살아요. Delerius Tremens도 좋아하구요. 저는 완전 팬이라서 친구들한테도 여러번 추천해줬는데... 사실 친구들은 반응이 시큰둥한 사람부터 저같이 빠지는 사람까지 다양하더라구요. 그래서 소개해줄때 꼭 단서를 달지요. "제가" 좋아하는 맥주라구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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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16 19:4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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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17 19:48 신고
      네,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으신가봐요? ㅎㅎㅎ

      아무튼 일반수퍼마켓에는 안 팔구요, Total Wine이나 좀 술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에 가야하지요. 그리고 맥주라도 도수가 높답니다. 아, 또 저는 그 맥주 전용잔까지 따로 유럽에서 사가지고 왔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잔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의 내공은 제가 아직 없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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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01 14:4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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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06 10:10 신고
      ㅎㅎㅎㅎ 산책과 맥주랑 같나요? 사무실에서 처음 이 글 보고 한참이나 웃었답니다.

      "숨쉬는거"랑 조금 더 가깝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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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14 23:01
    카~ 글로 읽기만해도 좋다. 내경우엔 비오는날 산책도 좋구, 조깅대신 테니스하면서 땀흠뻑~ 맥주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