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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쟁이 이야기

직장 그만두기 한달전의 기분

이제 12월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에게 12월은 2009년을 마무리하는... 들뜬 시간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4년넘게 했던 회사생활의 마지막 달이거든요. 이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딱 1달 남았습니다. 12월21일에 사표를 내면, 2주후인 1월4일이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합니다. ㅠㅠ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제 1달 가량 남은 지금... 제가 가장 절실히 느끼는 감정은 무서움입니다. 새로운 삶이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을 앞으로 2-3년간 못 벌 생각을 하니... 무서운겁니다. 저는 제가 별로 돈 따위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제가 속물이라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자기최면을 건것일뿐, 저도 결국 그동안 돈맛을 들였나봅니다. 맛있는거 먹거나 좋은 술을 마실때에도 "앞으로 또 벌건데 뭐"하는 생각에 아쉬운 적 없었고, 쇼핑을 갈때도 사고 싶은게 그닥 없어서 문제였지, 사고 싶은걸 돈때문에 못산적은 많지 않거든요. (그건 아마도...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제 사치품알레르기도 한 몫했겠지요.) 하지만 이제 다시 연봉 0원의 백수가 되려하니... 무섭습니다.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서 놓게 되려니... 두렵습니다.

오바 따위 안하고, 정말 딱 저 기분입니다.


두번째로 느끼는 기분은... 허무함입니다. 이런 말 제가 제 입으로 하기엔 민망하지만 ㅠㅠ 저 여기까지 오는데 노력 많이 했거든요. 미국에서 대학 4년에, 로스쿨 3년, 변호사 1000명 넘는 대형로펌의 5년차 변호사에, MBA까지... 나름 고생 했습니다. (잘난척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로스쿨 2년차이던 2003년에는 면접만 100군데 넘게 했을 정도로, 제 동기들도 두손 들 정도로... 열심히 구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죽을둥 살둥 했는데... 그래서 이제 간신히 조금 자리 잡으려 하는데... 갑자기 제 발로 이렇게 떠나려니 허무합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세번째는... 일상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그동안은 그렇게 지겨워서 떠나고 싶어했던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며칠전에 선배가... 제가 보기엔 3시간은 걸려야 할 일을, 1시간반에 해놓으라는겁니다. 평소같으면 노트에 "아 참아라 빨리 때려치우자"를 펜으로 10번 정도 쓰고 나서야 진정이 되어 일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아, 이런 긴장감도 곧 끝이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둘 마음을 먹게한 일등공신이었던 그런 긴박감조차도... 괜히 고맙게 느껴지더라구요. 후배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제가 갈굴 때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집니다. 제가 2년차 변호사였을때는 더 일을 못했으니 그 정도는 봐줘야하지... 하는 알량한 아량이 아닙니다. 그냥 그 순간이... 아쉬웠습니다. 

네번째는... 의구심입니다.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1월초에 일본에 어학연수를 갑니다. 몇달전에 일본이민국에 비자신청을 했을때만해도 일호의 의구심도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떠나는게 당연한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1달이 남은 지금, 조금씩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일본어 어학연수가 제가 좋아하는 것이 맞기는 한것인지.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것인지.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에 간다고 했을때, 제 미국친구들은 99.99%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격려해줍니다. 진정 멋있다고. (진심은 그렇게 늘 마음으로 전해지거든요.) 하지만 우리 나라분들은 대략 2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 우선은... "너는 변호사니까,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돼"하는 전혀 근거도 없는 띄워주기(?)입니다. 제가 얼마를 버는지 그 대강조차도 아시지 못하는 분들께서 그런 말씀 할때면, 저는 어이가 없습니다. 아마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거겠죠. "쟤는 나랑 다르니까 저래도 되지만, 나는 하고 싶은게 있어도 이렇게 그냥 살아가야돼"하며... 자위하는거겠죠.
  • 두번째 분류는... "에이그 철없는 놈아"하며 (겉으로는 말 못 해도) 속으로 비웃는 분들 되겠습니다. 잘나가기위해서, 남들한테 뻐기며 살기 위해서 모든 정력을 다 받치는 분들이 되겠지요. 
저 두번째 부류가 바로 제가 무시하던 부류였습니다. 남의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사는... 껍데기뿐인 자신의 삶조차 보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이라고. 하지만 이제 회사 그만두기 1달전이 되니... 갑자기 그런 분들의 말씀이 귀에 들어옵니다. 제가 내렸던 결정에... 의구심이 생기더라구요. 이게 나이 서른 다 되어서도 정신 못차리는건 아닌지. 정말 잘하는짓인지. 이렇게 제 결정에도 흔들린다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요즘은...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레임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래도 저는 떠날거라는것을 말이죠. 저런 망설임조차도 결국 제 인생을 풍부하게 해줄거라고 믿기때문이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좀 가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데 안하는거... 인생의 반칙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따라가고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거... 제 인생에 대해 갖출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1.30 18:51 신고

    P.S. 사실 처음에, 직장 그만두기 한달전의 기분에 대해서 글을 써야하는건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다른 사람보기엔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혼자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이는게... 싫었던 거겠죠. 하지만 금방 생각을 바뀌었습니다. 우선은... 제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수가 3명정도 됩니다. (그중에 2명은 제가 로그인하려고 들어오는 거구요.) 호들갑을 너무 떨어서 꼴볼견처럼 보이려면... 일단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하는데, 저의 블로그에는 봐주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는게 순간 떠오르더이다. ㅎㅎㅎ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건 어디 게시판도 아니고, 국회에서 증언하는 공적자리는 더더욱 아닌, 그저 띨띨한 한 인간의 개인 블로그일뿐이라는거겠죠. 그런 제 개인 블로그에 제가 느끼는 바도 남눈치 보느라 못 쓴다면 그거야말로 슬픈 일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냥 늘 그렇듯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저 자신과도 나누고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의 생각도 정리가 되거든요), 또 이미 이런 과정을 겪으신 분들께 조언도 듣고자 합니다.

    • Favicon of http://wrinkle6.egloos.com/ BlogIcon MrsDarcy 2009.12.01 05:55

      항상 하루 방문자가 3명정도라고 말씀하시지만.. ㅎ 보세요 ㅎ 모든 글에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는지. ㅎ (제가 상당부분 차지 하긴 합니다만 -_-;; ) 저는 하루에 3명 넘거든요? ㅎ 근데 댓글없어요 ㅎ 그건 seoulchris님의 글에 흡입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seoulchris님의 글에 공감하기 때문이예요.. ㅎ 누구나 그런 생각들 하고 살죠. 하지만 모두가 다 seoulchris님처럼 솔직하게 진지하게 이야기하진 않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천으로 옮기진 않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많은 댓글을 달아주신게 아닐까요?

      그리고 슈리가 그랬어요. 선택을 할 때 고민해야하는 것은. 해야할까 말아야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최소희생으로) 그것을 성취할 수 있을까?라고 ㅎ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죠;; ㅎ 큰 선택을 앞두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래서 슈리도 항상 자신에게 "망설이지마. 훌륭하다."라고 들려주곤 했죠 ㅋ 글구 전에도 말씀드렸다싶이 일본가시면 바~로 좋아하실꺼예요. 그러니 이 순간마저도 지금 느끼시는 감정을 즐기세요~ ㅎ

      돈 문제는;; ㅎ 어려운 문제죠.. 항상 타협하면서 살아야 할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ㅎ 준비 잘 하세요 ㅎ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06 12:38 신고

      안녕하세요. 언제나 그렇듯이 힘을 주시는 말씀... 고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마음이 흔들리는걸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여야겠죠.

      하지만 한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다면 (웬지 Darcy님께는 대놓고 솔직해도 될것같아서요) "성취"라는 단어는 마음이 아주 조금 불편합니다. ^^;;; 성취라는 말이... 뭔가 이루려고, 또는 얻으려고 하는 느낌이 저는 들거든요.

      그렇지만 앞으로 제 인생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거든요.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살기보다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대로 살려구요. 하고 싶은대로 살다가, 설사 제가 원하는게 이뤄지지 않는다해도, 또는 "성취"하지 못한다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으려구요.

      그리고...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3명이라는거... 겸손한 척하기 위해 지어낸 말 아니예요. ^^;;; 정말 3명이예요. 한달에 한번 업데이트하는데다가, 글들도 남들의 관심사가 아닌... 그냥 제 마음속에 있는 느낌들만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 블로그에... 사실 3명도 과분하다고 생각하구요. (아, 제 답글을 다시 읽어보니 제가 지나치게 착한척하는듯하여 심하게 마음이 불편하네요 ㅎㅎㅎ 실제로는 까칠하거든요.)

    • Favicon of http://wrinkle6.egloos.com/ BlogIcon MrsDarcy 2009.12.10 00:43

      제 맘 읽으셨어요? ㅋ 저도 슈리 이야기하면서 '성취'라고 해야하나;; 고민했었는데;; ㅎ 어감이 그랬거든요 ㅎ 근데 제가 어휘력이 짧은지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ㅎ 글구 언제든, 얼마든지 솔직하게 이야기하셔도 괜찮아요 ㅎ 제가 너무 솔직해서 그런가,, ㅎ 많은 사람들이 제 앞에서 많이 솔직한 이야길해서.. 많이 익숙하거든요 ㅎ 언제든 환영이예요 ㅎ

      글구, 방문자 이야긴. ㅋ 3명을 의심해서 그런거가 아니라. 앞으로도 진솔한 이야기 많이 해달라는 뜻에서 한거예요~ ㅎ

  • HJ 2009.11.30 19:36

    저랑 정말 비슷하신 경우네요.
    그냥 스쳐가다 읽었는데, 많이 공감 되어 짧게 몇자 남깁니다.
    이미 들어보신 말이겠지만, '우리는 어떤 하나의 선택하려 할때
    이미 그 선택의 두려운 이유 10가를 생각 한다'.

    그런데, 두려워 하지 마세요. 나중에 안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미련없이 선택한 거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저 또한 두렵지만,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선택한 새로운 그 인생의 방향 또한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할테니깐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깊은 인생의 향기와 지혜를 아는 사람이 될 것임을 알기에 설래 입니다.

    '결국 각자에게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진한 애정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열정,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다' 전진홍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세요. 설사 넘어 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잘 모르시는 분이지만, 지금 그 용기를 봐서는
    분명히 새로운 환경에서 더 많이 발전하시고 풍요로운 삶을 사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응원합니다. 화이팅!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06 10:34 신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특히... 한가지의 선택에, 안해야하는 이유, 두려워하는 이유를 10가지씩 생각하게 된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네요.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면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그렇게 무섭나봐요.

      사실 생각해보면 뭐 대단한 일을 하는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고민이 많고, 걱정도 하고, 또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는 제 자신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제 삶에 대해 애정이 있는만큼,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만큼... 논리적으로 따지는 머리가 아닌, 그냥 가슴이 시키는대로 살아가야 하겠죠.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거잖아요. 그리고 그 가슴이 시키는것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하는거겠죠. ㅠㅠ

      하지만... 말로는 그렇게 쉽지만 계속 저도 이렇게 망설이는거 보면... 제가 얼마나 그동안 온실속의 화초처럼 편하게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제가 갑자기 조금은... 초라하게까지 보이네요. ㅠㅠ

      다시 한번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무슨 일을 하시게 되신건지는 잘 모르지만 (혹시 여기 다시 들어오시거나, 이 글을 보시게 되면... 비밀글로라도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나눠주실수 있나요? 제가 원래 여기저기 남의 삶에 기웃기웃 대는거 좋아하거든요 ㅎㅎㅎㅎ) -- 그것이 어떤 선택이었던간에 행운을 빕니다.

  • Favicon of http://itsrain.cafe24.com BlogIcon 레이니 2009.11.30 21:56

    저 아래 비슷한 글에도 답글 달았었는데, 아무리 다니기 싫었던 직장이었을지라도 막상 때려치려고 보면 시원하기만 하지 않고 섭섭도 하더라구요. 크리스님과 직장도 환경도 상황도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소위 곱게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1년반동안 어학연수+여행하면서 백수로 지내왔던 제 경험담을 말씀드려보자면요.

    일단 "돈"이라는건 말이죠... 쓰면 또 언젠가는 벌게 되어있는 것 같더라구요. 벌써 5년전이었나, 여행을 모두 마치고 통장잔고 0원 + 귀국 항공권비 신용카드 명세서를 안고 돌아왔는데요.... 친구 만나도 스타벅스 이런데 안가고 맥도날드에서 천원짜리 커피 마시면서 돈없어도 또 나름 재밌게 살게 되더라구요. 돈이란건 또 벌면 되죠... 그보다 더 가치있는 소중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허무함은 아마 일본 연수 후에 재 취업하시면 되구요. 어학연수가 꼭 시간을 낭비해서 자기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는건 아니잖아요... 일본어 배우실꺼니까 앞으로 써먹을일(?)도 있을테고. 저도 처음 영어 배우러 간다고 했을때는 '엔지니어'가 무슨 영어냐는 소리 많이들 했는데, 이게 나름 틈새 시장이라 '영어하는 엔지니어'로 더 좋은 직장 구했어요.

    일상에 대한 아쉬움.... 어디서나 일상은 지루하고 일상이 아닌 것은 그립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상인게 일상이 아니게 된다니까 그런 그리움이 벌써 생기시나봐요. 일본에 가셔서 1~2주만 지나면 또 다시 아쉬워할 일상이 생기실테니 패스~

    그리고 의구심은.... 알아서 처리하세요. ^^;

    결론은.... 일본 가서 몇주만 있다보면 바로 적응되면서, 위의 감정은 어느샌가 잊으시고, 또 다른 일상에 잘 적응 하시게되고... 등등... 이런게 그려진다는 말씀.

    동네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마지막 한달 알차게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06 10:35 신고

      안녕하세요. 늘 그렇듯... 좋은 말씀 고마워요. 특히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이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 저는 자식이 생기면... 제 교육정책을 "아빠 엄마 귀찮게 하지 말고 젭알 니가 알아서 좀 하면 안되겠니?"로 할 계획이거든요. (물론 이거야 자식이 생기기전이므로... 실제 아빠가 되었을때는 또 모르죠. 치맛바람 휘날리는 극성아빠가 되어있을지도. ㅠㅠ)

      돈이라는거... 물론 앞으로 또 벌면 되지요. 제가 나이 70살이라서 지금 은퇴를 하는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서른인데 돈이야 앞으로 또 벌면 되는거...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 무서웠던건... 돈이 실제로 없어서 아니라, 또는 은행잔고에 얼마의 돈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몇년간 벌었던 돈과, 또 그 돈이 가져다준 권력에... 저도 모르게 맛들였던 제 자신이랍니다. 권력을 놓는다는것이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권력에 취했던 제 스스로가 조금은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요. 아닌줄 알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렇게 변해있던 제 자신을 발견했을때의... 슬픔이라고 하면... 될지 모르겠어요. 또 그런 권력을 놓게 되었을때의 은근한 섭섭함... 까지도 조금 낯설더라구요. 그건 또 "앞으로 돈 또 벌면 되니까"하는것과는... 별개의 느낌이었거든요.

      어제 동네에는 눈이 왔습니다. 시카고에 갔다가 둘러스공항에 내렸더니 온 세상이 눈이더라구요. 이제 겨울이라는것이 실감도 나고, 겨울이 되니... 벌써 또 한해가 저문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네요. 저희 어머니가... 10대때에는 시속 10키로로, 20대때에는 20키로로, 30대는 30키로로 인생은 그렇게 달린대요. 이제 막 시속 30키로로 들어섰는데... 너무나 인생이 제 의지와는 반대로 과속하는것같아서... 속이 상하네요.

  • Favicon of http://chasepark.pe.kr BlogIcon Chase Park 2009.12.01 03:11

    멋지십니다.
    건승하세요.^^

  • 최신석 2009.12.02 00:04

    The only time you mustn't fail is the last time you try
    라고 Charles Kettering이란 분이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실패하지 않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건데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그 시도가 새롭지 않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일본에서 즐겁게 보내시리라 믿습니다.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06 10:01 신고

      안녕하세요. 무섭지 않다면 새로운게 아니라는 말씀... 정말 동감합니다.

      근데 왜... 작년 이맘때쯤 처음 "다 때려치우고 떠나자"는 계획을 세우고, 도쿄에 아파트를 구하고, 학교를 고르고, 비자를 신청했을때에는... 그렇게 신나기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마냥 즐겁기만 했는데... 막상 때가 되니 어째서 마음이 이렇게 착잡한걸까요.

      그리고 실패하는 것처러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씀... 물론 그런 뜻이 아니셨다는거 알지만... ^^;;; 이제는 제 삶을 "성공/실패"의 기준으로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제 삶을 재는 일은 이제 조금씩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거든요. (딴지 정말 아니구요 ^^;;; 그냥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에 더 가깝습니다.)

      좋은 일주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전에 말씀하신... 계획도 잘 진행되고 있기를 빕니다.

  • 최신석 2009.12.09 01:12

    고맙습니다.
    교통 사고 이후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쉽지는 않습니다. ^^;;;
    늦게 퇴근한 날에는 책을 꺼내고는 잠들어서요. ^^
    하하하.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09 09:30 신고

      저도 늦게 퇴근하든 일찍 퇴근하든 늘 책을 꺼내놓고 잠들어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독서광이나 되는건 전혀 아니구요, 봤던 책 또 보는 일이 대부분이지요. (안 봤던 책을 보면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 잠을 못 잘때도 있거든요. ㅎㅎㅎ)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되어서... 눈 말똥말똥 뜨고 침대에 그냥 누워있으면 어색하더라구요.

  • 귀여운 배불뚝이 2010.03.18 21:29

    어떻게 사는것이 진정 나를 위하고 가족을 위한 것인지 늘 고민하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 앞에 늘 작아지는 직딩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즐기면서 하고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참 어렵네요...


    부디 만족하는 삶이 되시길...


    진정 행복한 인생을 만드시는 밑거름이 되시길...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10.03.20 05:13 신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중에 "직딩"이라는 단어보고서 순간 움찔했어요. "나도 직딩이었는데"하면서 괜히 혼자 센티해졌다고 하면... 다들 웃겠지만.

      그리고... 좋은 말씀들 고맙습니다. 님도 하시고 싶으신 일 하시면서 행복하게 사시기를... 빌어봅니다. 결국 우리가 이러는것도 다 행복하자고 하는 짓 아니겠어요. ^^;;

  • Jennifer 2010.06.30 21:47

    좀 지난 글이라 과연 이 댓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저의 직장 그만두기 한달전 날입니다.

    seoulchris 님의 블로그를 처음 보게 된 글이 이 글이고, 직장을 대했던 생각이 저와 비슷한거 같아서 저도 발자국 한번 남깁니다.

    저는.. 7월 30일이면 백수입니다.

    저는 아직 뭘 할지는 정하지 않았어요. 뭐 뭔들 할일이 없겠어요 :)

    다만 그동안 한달에 한번씩 맞던 뽕주사=월급이 안나온다는것에 대해 약간 불안하긴 하네요.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10.07.02 05:45 신고

      안녕하세요.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얼굴도 모르고 말씀도 해본적 없는 분이지만 그래도 동지(?)가 생긴듯하여 괜히 든든하네요.

      저는 이제 백수 6개월이 꽉 차 갑니다. 짧다면 짧은 6개월이지만 또 길다고 하면 길다고 할수 있는 그 시간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죠.ㅎㅎ 무엇보다 삶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으로 뭘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영원히 못 찾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들곤 한답니다) 그래도 어떤식으로 삶을 꾸려나가면 제가 행복할지에 대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명확해지는 기분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직장을 그만둔것이 후회가 되지 않네요. ^^;;

      물론 돈이 안 들어오는것이 불편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아직 젊잖아요. 앞으로 벌 기회가 있을거라고 믿으려구요.

      아무튼 어려운 결정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다시 한번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 부럽네요. 2012.07.08 17:29

    저는 "내가 좋아하는게 과연 무엇일까"도 몰라서 직장을 관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것도 구차한것일까요?

    정말 좋아하는거 찾았다는거 자체가 너무 부럽네요

  • Favicon of http://blog.naver.com/bycorp BlogIcon Alex 2013.04.04 08:33

    뭔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반가운 분이라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저는 네이버 아이디라서 안되나봐요^^ 저역시 매일 2명오는 블로그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썼는데...

    저같은 경우엔 IB쪽 직업을 가졌지만 그 긴장감이 싫어 4년반만에 나와 지금은 회사운영을 하고있습니다. 하시는 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벌써 글을 쓰신지 오래 되셨군요^^;;;

  • BlogIcon 서영식 2015.08.05 18:43

    댓글은..많이 늦었지만 지금은 행복하십니까? 퇴사를고려중인 저로서는 너무나 불안하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