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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쟁이 이야기

굳이 여행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가 그렇다고 여기저기... 대단히 많이 돌아당긴건 사실 아닙니다. 하다못해 조그마한 여행까페에 가입을 해도... 쪽팔려서 명함도 못 내밀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건 맞는것 같습니다. 즐겁거든요. 여행하다보면...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 대단한 체험을 할 수 있기때문에 그런건 아닙니다. 사하라 사막을 낙타 타고 횡단하거나,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를 등반한다던가 하는 식의... 자연을 극복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 <-- 이런거 또 본인 관심사 아니거든요. 제가 기껏 좀 해본거라면 스카이 다이빙 정도? 호주의 Great Barrier Reef에서 스쿠버다이빙 한거 정도? 아, 또 있군요. 50미터 짜리 번지점프. 남들이 보면 "애개개 50미터"하겠지만... 저는 그것도 무서워서 미쳐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번지점프 평생 안 할거구요. ㅠㅠ

또 그렇다고 문화유적이나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을 좋아하는것도 아닙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도 처음 30분이야 "오우 짱인데"하지만... 31분째부터 다리만 아픕니다. 모나지라... 아무리 서양미술사 책을 읽어보고 다빈치 코드를 다시 봐도, 뭐 신비한 미소라는데 왜 신비하다고 강요하고 지랄이야 도대체 뭐가 신비하단건지. -_- 그 나머지 작품들은 유명한 박물관 벽에 걸려있으니 대단한건가보다 하는거지, 사실 보고 있으면 그냥 무덤덤할뿐이거든요. 어쩌다가 조금 특이한 작품이 보이면... 손발이 한 1.32초 오그라들다가 또 아무 생각 없어집니다.

옛다, 관심.


어떤 분들은 식도락 여행이라고... 세계각국의 요리를 즐기거나 맥주를 시음하는걸 즐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술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바나, 주류전문가게에 가면 못 구하는 술 없어요. 집에서 느긋하게 앉아서 마실 수 있는데 굳이 멀리서 찾아야하는건지. ^^;;; 음식이요? 저는 제가 한 요리가 세상에서 젤 맛있어요. 인터넷에서 레서피 다운 받아서 유기농으로 요리하면 건강하지, 깨끗하지, 싸지... 하여튼 좋아요.

그럼 저는 왜 여행 좋아하냐구요? 저는... 낯선 느낌때문에 여행을 갑니다. 이방인만이 느낄수 있는... 그 낯설음.

저는 워싱턴 디씨에 5년째 살며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지하철을 타도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몰라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와 달리 지하철에 카페트가 깔려있는것도 낯설었고, 세계의 정치/외교 중심지니만큼... 다들 시사나 경제잡지 하나 들고 조용히 읽고 있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워싱턴에서 처음 살았을때의...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한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지하철에 앉으면... 그냥 잡니다. 자더라도... 내릴때쯤 몸이 자동적으로 깨어나구요. 늘 바로 그 지하철역에서 내리잖아요. 매일 보는 그 광경 그대로잖아요. 주위에 모든것들... 다 아는거잖아요.

저는 그런 익숙함이... 재미없습니다. 지루하구요. 식상합니다.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저는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나봅니다. 삶속에서, 흠짓하고 순간순간 느끼는 낯설음이 좋아서요. 시드니에서 버스탈때 어떻게 돈내야하는지 몰라서 허둥대던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늘 친절한 미국사람들만 보다가... 빠리에서 집주인이 집세 빨리 안낸다고 (아직 3일 남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할 불어로 막 신경질낼때의 순간이... 재밌었습니다. 동경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소심하게 신문지를 4분의 1로 접어서 보고 있을때... 귀여웠구요. 홍콩에서 손님들이 주전자에 있는 뜨거운 차로 자기의 찻잔을 헹군후에야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웃었고, 브뤼셀에서 살때 썼던 핸드폰 메뉴가 불어로 되어있어서 엉뚱한 곳으로 문자가 갔을때... 좀 당황...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낯설음이... 저는 즐겁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1, 2주일간의 여행보다... 실제로 살아보는것을 더 즐겨하는건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유적지를 봤을때가 아닌... 그저 다른 사람들의 삶속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이방인이 되어 훔쳐볼때의 낯설음이... 너무 행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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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쟁이  (2) 2006.04.20
  • 2009.12.09 17:21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10 09:07 신고

      감사합니다. 주위에 괴짜(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는데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서요)라는 분들의 얘기를 들을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 주위에는 그다지 없어서 더더욱 그런걸지도... 모르지요.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때... "내가 그때 왜 그걸 안했을까?"하며... 하지 못했던 일, 하지 않았던 일이 저는 후회가 가장 많이 되더라구요. 했던 일에 대해 "그때 왜 그랬지?"하고 후회하는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기에 후회하는게 자꾸 쌓이다보니... 제 인생이 좀 슬퍼지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그냥 하고 싶은거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해보려구요.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해보지도 않고 "그때 그냥 그렇게 할걸"하며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연말 편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wrinkle6.egloos.com/ BlogIcon MrsDarcy 2009.12.10 00:28

    저도 seoulchris님하고 좀 비슷한 것 같아요 ㅎ 저도 먹기 위해서, 예술감상을 위해서,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기 보다. 그곳의 (제가 모르는 낯선)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하는 편이예요 ㅎ 전 변화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ㅎ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왜 꼭 남들 다가는 여행지로 가서 왜 꼭 그걸 봐야하나란 생각을 참 많이 하지요.. 특히 인공물과 관련되어서는요.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10 09:23 신고

      그렇군요. 저도 원래 인공물에 관해서는, 인간이 억지로 만든거 왜 보러가야지? <-- 요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작년에 라스베가스에 가보구서 생각을 좀 바꿨어요. ㅎㅎㅎ 아시겠지만 사막한복판에 걍 호텔 잔뜩 세워놓은거 뿐인데도... 한번쯤은 가볼만한것같아요. 시끄럽고 정신없는걸 별로 재밌어하지 않아서... 다시 가라고 하면 생각 좀 해봐야곘지만.

      그외에도 인공물 많잖아요. 만리장성, 피라미드... 마추피추도 엄밀히 말하면 인공물 아니겠어요? 그러니 인공물도 사랑해주셔요. ㅎㅎㅎㅎ ^^;;;

    • Favicon of http://wrinkle6.egloos.com/ BlogIcon MrsDarcy 2009.12.14 19:43

      아 정말 생각해보니 유적들도 인공물이군요 ㅎㅎ 저 유적은 정말 너무 좋아하는데 ㅎ 아마도 도시의 번화가(?)가 제일 적합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네욤 ㅋ 전 정말 뉴욕 times square 요런데 가는거 흥미없어요 ㅎ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16 12:58 신고

      "도시의 번화가" -- 정말 딱 적당한 표현같습니다. 저는 서울사람이라서 그런지... 항상 꿈꾸는 곳은 자연속에 파묻힌 조용한 곳이거든요. 실제로 살게 되면 심심해서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곳이 그리워요. 가장 즐거웠던 휴가나 여행도, 왁자지껄한 대도시가 아닌... 늘 시골이었거든요.

  • Favicon of http://itsrain.cafe24.com BlogIcon 레이니 2009.12.10 08:15

    ㅋㅋㅋ 전 '아직' 못해봤지만, 죽기전에 딱.한.번 번지점프 해보려고 생각중이거든요. 아마 하고나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뛰쳐나오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딱 한번은 왠지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에요.

    낯선곳에서 살아보기... 참 해보고 싶은 일이고, 해볼만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기회가 닿으면 스페인어 사용 국가에서 몇달 지내보고 싶어요. 후보지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나 마드리드같이 그들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있는 도시. 기회는 만드는 것이지만, 현재는 여행과는 조금 담 쌓는 중이라 살짝 미뤄놓긴 했지만요.

    다른 사람은 다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한가운데의 이름 모를 카페에서 맛있는 로컬 커피를 마시며 노트에 일기나 편지등의 글을 적어나가거나 책을 읽을때 느끼는 그 충만하고도 행복한 감정!

    PS. 조금 다른점이라면 저는 솔직히 로컬 맥주나 음식점 시도해보는 건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10 09:50 신고

      번지점프는 신기했던게... 저는 놀이기구 타거나 할때 하나도 안 무서워하거든요? 오히려 아무리 무섭다고 하는걸 타도... 무덤덤하니까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놀이공원 잘 안가요. 돈 아깝거든요.

      그래서 저는 번지점프할때도, 막 슈퍼맨처럼 뛰어내릴줄 알았어요. 그런데 올라가서는... 완전 얼었죠. 결국 도저히 제 의지로는 뛰어내릴수없어서... 뒤에서 밀어줘서 번지점프를 (제 경우에는 번지낙하 -_-) 했는데, 진정한 두려움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질렀었지요. 지금도 다시 생각해보니 무섭네요. 뛰어내리는 장면 공짜로 동영상 찍어서 CD로 구워준다는데 그것도 싫다고 했어요. 그때의 두려움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ㅠㅠ

      그리고 스페인어 사용하는 곳으로 떠나는거... 너무 미루지 마세요. ㅎㅎㅎ 저도 바르셀로나로 교환학생 가려구 하거든요.

      P.S. 저도 로컬 음식과 술 좋아해요. 하지만 "그것때문에" 여행을 가거나 그러진 않는다는거죠, 뭐. ㅎㅎㅎ

  • marina 2009.12.16 06:42

    맞아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그 '낯선 느낌'. 그리고 수박 겉핥기 보다 이방인으로 좀 체류하다 오는게 재밌는 것 같아. 그러나 나에겐 이제 아마 '다시는' 없을 날들이네. 나보다 한살 어린 미혼이라 좋겠구나. 그리고 니가 한 요리가 맛있다니 부럽다. ㅎㅎㅎ

    열공하시길. 인생 어떻게 살아도 나름의 배움은 있지만, 가지 못한 길은 여전히 아름다워 보여.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09.12.16 13:04 신고

      "다시는 없을 날"이라니. 나는 한살 어린 미혼이기에 조금 더 나만의 자유가 있는건... 사실일지 모르지. 하지만... 너가 그렇게 "다시는 없을날"이라고 단정짓기때문에, 실제로 다시는 없을 날이 되는건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러니 그렇게 말하지말자. ^^;;; (물론 나야 너가 그런 생활을 잠깐이라도 하고 싶어하는지 안하는지조차 모르니 너무 많은 말을 해서는 안될듯.)

      그리고 내가 한 요리는 나만 맛있어. 다른 사람들은 진심으로 싫어해. -_-

  • Favicon of http://chopdc84.blog.me BlogIcon 미르히나 2012.07.03 04:59

    검색하다 들어오게 됐는데 순간 느끼는 낯설음이 좋다.. 매우 공감됩니다. 이방인인척 하지 않지만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익숙한 곳은 재미가 없어요.. 제가 여행다니는 곳도 어차피 그들의 삶의 일부분일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