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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어린시절을 회상할때면... 드는 의문이 저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어느 순간 어른의 세계에 들어오고 나니, 어른들은 어린시절을 얘기할때면 "그땐 순수했는데"하면서 어렸을때는 누구나가 마음이 깨끗했었다고 여기더군요. 저는 그게 늘 이상했습니다. 저는 어렸을때도 완전 발라당 까졌었는데 그다지 순수하지 않았거든요. 어릴때에 비해서 지금은 표현방법이 조금 세련되어졌을뿐, 제 속모습이... 그렇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렇다고... 남들이 어린 시절에 가졌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때묻지 않은 마음을 서른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제가 가진건 아닌것 같은데. 어렸을때부터... 제가 그만큼 약아빠졌던걸까요. 아님... 정녕 저만 빼고 어렸을땐 다들 그토록 순수하셨나요. 정말로 그러셨단말인가요.

또 하나 제가 가졌던 의문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엔 뭔가 장래희망이 있어야한다는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렸을때 지겹도록 받았던 질문이 "너는 커서 뭐가 될래?"였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뭐 대통령이니, 의사니 과학자니 나름 멋드러지게 보이는 직업들을 쭉 나열했던것같은데... 저는 장래희망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없는데요, 뭘. ㅠㅠ) 

늘 착한 어린이고 싶어 했던 저도... 그렇게 당연히 장래희망이 있을거라고 기대하시는 어른들을 감동시켜주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장래희망을 지어내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쩔땐 아버지가 과학자니까 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적도 있고, 기분 내키면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한적도 있었습니다. 되고 싶다는 생각 한번도 해본적 없으면서도...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적도 있습니다. 혹시 "왜?"하고 조금은 더 내 인생에 관심있는 척하시는 특이한 어른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각 직업별로 되고 싶어하는 이유까지도 미리 준비해놓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속으로는... 그런거 자꾸 물어보는 어른들을 매우 피곤해하면서도 말이죠. 결국...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어떤 거짓말을 했느냐만 다를뿐, 실제로 장래희망을 가져봤던 적이 저는 한번도 없습니다. 

요즘 저는 도쿄에서 어학연수중입니다. 금년 1월에 새로 온 학생이다 보니 어딜 가도 자기소개를 하게 됩니다. 성은 하씨고, 취미는 잘난척하는 애들 띄워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비꼬기, 구라친 다음에 발뺌하기, 남의 약점 잡아서 나한테 유리하게 이용해먹기 여행과 스노보드라고 말하고 나면... 다들 물어봅니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일어를 배워서 어디다가 써먹어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는 어렸을때처럼 피곤하게 구라를 지어내는 대신... "일어 어디다가 써먹을 생각 없고, 장래희망같은거 없어요."하고 무심하게 말하는 제 뻔뻔함이 조금 다르네요. 심지어 일본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경우에는... 그렇게 "장래희망따위 없다"는 말을 한 후에, 미안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쓰미마셍"이라는 세심한 사과까지 날려주며... 다함께 은혜로운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어쩜 그렇게 어렸을때랑 모든게 똑같을까요. 장래희망이 없다고 하면 은근히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까지도. 세상이 저에게 원하는 것이... 제가 초등학생이었을때와, 중학생이었을때와, 서른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는걸까요. "뭔가 되기 위해서" 살아가는것이 그토록, 그토록이나 중요한것이란 말인가요.

직찍 하나. 일본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Chimay. 그렇다고 장래희망이 "맥주"일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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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hasepark.pe.kr BlogIcon 블랙스완 2010.02.17 19:06

    항상 언제 글이 올라오나 기다리던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왔네요. seoulchris님 안녕하시죠? :) 오늘도 유쾌/통쾌/상쾌 3박자가 어우러진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제 모습을 들킨것 같은 심정에...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 한편 깊이 공감하며 글을 읽어나갔네요.
    사실 전 '장래희망' <- 이런 목표란게 없으면 아예 움직이질 않는 타입이라 항상 장래희망은 있었던것 같은데요(지금도 있고요ㅎ), 제가 워낙 별볼일 없어 보였는지 어른들께서 제 장래희망이 무엇인지는 잘 안물어 보셨던것 같아요ㅋ seoulchris님 글을 읽고 문득 생각난건, '장래희망'이란게 실제로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말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도구가 될 때가 종종 있지 않을까 하는거예요. 종종 남도 속이지만 자기 자신도 속일때도 있는 것 같고요. 'A를 하고싶어서' 장래희망을 말하는게 아니라, 장래희망이 A니까 '하고 싶어야만 하는' 주객이 전도된 경우도 일을테고요... seoulchris님 글을 읽고나면, 매번 제가 남의 시선에 맞추어사는 역설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덕분에 반성도 많이 합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드려요 :)


    p.s. 저와 취미가 비슷하시네요~ (여행과 스노보드 말고여ㅎㅎ)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10.02.18 01:28 신고

      안녕하세요. 찾아와주셔서 늘 그렇듯 감사드려요.

      주객이 전도된것에 대해 말씀 하셨는데 심하게 동갑합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게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거겠죠.

      그리고 위선에 대해서도 잠시 말씀하셨는데 저도 위선하면 남에게 그다지 뒤지지 않습니다. 글속에 마치 저는 아닌듯, 저는 남의 시선에 신경 안쓰고 무슨 자유인이라도 되는양 보였다면... 그건 다 제 영약함이겠죠. 제가 여기 가끔 끄적거리는 배설물들과 같은 글들은... 그냥 말 그대로 배설물들일뿐이거든요. 제 머릿속을 스쳐가는 잡소리들을 생각나는대로 살짝 내뱉어주는.

      실제로 제가 바라는대로,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자신이 원하는 삶을 그렇게 꾸리고 있냐의 문제는... 저에게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럴려고 노력하고 있는것만은... 사실일지 모르죠. 조금씩 그렇게 바꾸어나가려고 노력하니, 아주 가끔이지만 꼬리가 저를 흔드는게 아니라... 제 꼬리를 제가 흔들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행복할때도 있거든요. 앞으로 평생 생각해봐야할 숙제... 겠죠.

      기회되시면 가까운 12 Apostles에 저 대신 인사해주세요. 거기서 봤던 석양은 제 인생 최고의 기억이거든요.

  • Mrs.Darcy 2010.02.20 19:52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ㅎ 오랜만에 포스팅 하셨나보네요 ㅎ 잘 지내고 계세요? ㅎ 저는 일본여행 아주 행복하고 기분좋게 잘 마치고 지금은 미국에 놀러왔어요.

    저는 장래희망에 대해 seoulchris님처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같네요;; ㅎ 일단 제 자신은 태어나길 지금처럼 살 수없게 밖에 태어나질 않아서;; 그냥 (이해도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물어볼 때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충 둘러대는 거가 좀 피곤할 뿐 괜찮았던 것 같아요.

    글구.. 사실 저는 사람들(주로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항상 물어보는 편이예요.. ㅎ 뭐 좋아하냐고 ㅎ 그냥.. 사회에 휩쓸려버리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서.. ㅎ 꼭 자기자신에 대해서 알고 꼭 자신이 하고 싶은거 하라고 이야기해주는 편이죠.. ㅎ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네요 ㅋ

    아, 근데 저도 어릴 때랑 별로 변하지 않았어요 ㅎ 어렸을 땐 순수했는데라는 말은 저도 공감이 안되더라구요 ㅎ 아직 어린이여서 그런가 ㅎ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10.02.21 07:50 신고

      저도 비록 2주의 짧은 시간이지만 친구가 도쿄에 놀러와서 여기저기 여행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글도 못 쓰고, 사실 매일밤 술마시느라 (정말 말 그대로 매일 밤 ㅠㅠ) 제 블로그에 들어올 시간도 별로 없었어요. 뭐 그렇다고 평소엔 제가 부지런하게 포스팅을 하는건 아니지만서도. ㅎㅎㅎ

      그리고 저의 미래나 관심사, 흥미에 대해 물어보는거 자체는 저도 좋아해요. 저한테 관심을 보여주는거잖아요. 특히 Darcy님처럼 "뭐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봐주는 사람들이 계실때는 기쁘기까지 해요. 저도 좋아하는거 꽤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이것저것 많거든요. 단지... 그렇게 "하고 싶은일"이나 "좋아하는 일"이 많은 것과 "되고 싶은게" 있는것이랑은 다른거잖아요. "되고 싶은게" 별로 없다고 했을때 저를 조금 한심하게 쳐다보는 분들의 눈빛이 조금... 불편할뿐이예요. 그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 어렸을때는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다녔는데, 요즘은 귀찮아서 그런 뻥 조차 안 치다보니 그 불편함이 피부로 와닿는것... 같아요.

      남은 여행 잘하시기를 빌께요. 아직 긴 여정이 남은만큼 정말 신나시겠어요. ^^;;;

  • 2010.02.21 16:01

    비밀댓글입니다

  • Pyo 2010.02.23 19:48

    응 왜 전화 안받아~~~ call me when u can!!

  • 말랑말랑복숭아 2010.02.25 08:13

    이야~~~~
    멋지다!!!!!!
    직장그만두고 일본이라니!!!!!!!!!!!
    부럽다!!!!!!!!!!!!!!!!!!1

    • Favicon of https://seoulchris.com BlogIcon 사용자 seoulchris 2010.02.25 23:24 신고

      ㅎㅎㅎㅎ 아이 김피디님 왜 이러셔요. 누구보다도 멋지게 방송 만드시고 계심시롱. 인생을 항상 불안속에서 헤매는 백수는... 늘 불효자일뿐이거든요.

  • 소현 2010.04.03 20:51

    "다함꼐 은혜로운 시간"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