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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돈쟁이

일하기 시작한지 나도 벌써 10개월째. 어리버리하게 사무실안에서 뭘해야될지 몰라서 두리번거리던때가 엊그제같은데 조금있으면 2년차가 된다. 2년차가 되어가면서 이제는 남의 눈치도 안보고 (내가 비서눈치까지 봐야했던 슬픈 초년병시절) 회사 돌아가는 실정도 조금씩 눈치+코치+소문으로 알게되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나름대로 정착하는 중인것같다.


일하니까... 사실, 좋다. 대학교4 대학원3년동안 짓을 하고 다닌건가... 정도로 일하면서 배우는것도 많고, 듣던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보람도 느끼면서 산다. 가끔, 아주 가끔, 인정을 받을때는 대학교나 대학원때 좋은 성적을 받았을때보다도 훨씬 뿌듯해하기도 하며 (그와 반대로 실수하거나 야단비스무리한걸 맞으면 스트레스도 장난 아니다 -_-) 아무튼 나름대로 스스로 평가하기엔 비교적 무난한 직장생활을 하는것같다. 물론 어딜가나 뭘하나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체하려고 애쓰는 나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 하는것에 대한 자평은... 그럭저럭 ok.

 

하지만 그와는 달리... 지난 10개월동안 (나에게는) 적지않은 돈이 2주마다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걸 보면서도 한번도... " 돈버니까 좋다" 생각해본적은 없다. "일하니까 좋다" 같은 생각을 비교적 여러번 한것과는 달리, "돈을 벌어서 좋구나"하는 생각을 한적은 정말 한번도 없다. 원래부터... 돈이라는건 인간이 종이쪼가리에다가 가치를 인위적으로 매긴 개념의 종류라는 생각을 굳게갖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돈에 대해서 욕심이 비교적 없었던건... 무엇보다도 돈으로 딱히 뭔가를 하고 싶은게 없었기때문인것같다. 세상에는 딱히 하고 싶은게 없어도, 괜히 돈을 많이 벌면 뽀대나고 폼나니까 벌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러 (아니, 사실은 아주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류의 정신세계는 나와는 거리가 있다.


근데 정말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게 없었다. 가끔 신기한 영화보고, 밤에 자기전에 좋아하는 책읽고, 날씨좋을때 산책하는것... 겨울이면 스키장가고 (미국은 스키장싸다) 여름에는 해변에 놀러가는건... 사실 별로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누구나가 마음만 먹으면 굶어죽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저녁때 집에서 내가 사랑하는 맥주를 한잔 마시는 것도... 굳이 억만장자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인것같다. 나는 명품이라고 지네끼리 이름 붙여놓은 사치품들을 보면 "저런거 사는 사람은 울트라idiot"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 그걸 조금이라도 갖고 싶어한적도 없고, 차도 비엠따브류 뚜겅 열리는것 아니더라도.... 고장 안나고 대충 굴러가기만하면, 나는 초절정만족하며 산다

 

하지만 엊그제 며칠동안 발셀로나를 갔다오고 나서 생각이 조금, 아주 조금 바뀌었다. 여행은 사실 너무 좋았다. 5일동안 잠을 통틀어서 12시간쯤 밖에 못자서 그랬는지 몰라도... 꿈꾸다가 것같다.

팔 짧다고 놀리지 말아요


근데 문득 집에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여행을 재미있게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것같다고.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음식, 낯선 문화를 마음껏 느끼려면... 돈을 벌어야하는것같다고

 

처음으로 순수하게 내돈으로만 갔던 여행은... 질이 달랐던것같다. 여행의 질이라는건 무슨 특급호텔에서 자고 ( 한방에 6명씩들어가는 기숙사형 민박에서 잤다) 비싼 와인을 마시는다는 둥의 것이 아니다. 단지... 부모님돈이 아닌 " " 있어서... 이번 여행엔... 하고 싶은것, 가고 싶은 , 먹고 싶은것, 마시고 싶은것 (음주에 돈이 비행기값보다 나왔다는 ㅠㅠ) 그리고 느끼고 싶은것을 모두 걱정하지 않고 마음내키는대로 느낄수 있었다. " 나도 돈벌어서 하고 싶은게 있구나..."하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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