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엔 빠리를 2박3일로 다녀와줬다. 물론 내가 가는 곳들중에 잘 아는곳이고, 익숙한 곳이기도 한곳이라... 처음으로 몽쉘미셀에 간것빼고는 특별히 설레거나 놀래거나 한건 없었으며, 또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을 갈때마다 늘 호주랑 비교하게 된다. 내 짧은 인생의 최고여행... 나름대로 처음으로... "앗 여기 못 와보구 죽었으면 정말 억울할뻔했다"하는 생각이 든 곳들이 있었으니까. 길게 여행 다니지 않으면 절대 못 볼곳들과 해보지 못할 경험들을 했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떨릴뿐이다.
호주에서 한학기 살구 (한 "학기"라고 말하니 무척 민망하다. 공부를 했어야 학기라고 할텐데... 학기중간에 그냥 배째라 하고 40일 배낭여행을 했다는. -_-) 학기 끝나고 여기저기 한 2주동안 또 싸돌아당기다가... 마지막 여행으로 10일동안 사막여행을 했다. 더더구나 그때 호주의 계절로 따지면 한여름일때, 사막 한복판에 여행을 한다고 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한 반쯤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뭐 내가 언제는 정상이었냐하면서 그냥 여행을 강행했던게 생각난다.
첫날밤에 사막 한복판에서 침낭이라고 부르기엔 많이 민망한... 푹신한 긴 방석(?)쯤 되는걸 모래 위에 깔고 그 위에서 그냥 잤다. 밤에 잠들기전에 우리 가이드가... (우리 팀은 그때 6명+가이드) 앞으로 어딜가도 오늘만큼 별이 많은 호텔에 자게 될일이 없을거라는 말이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는다. 처음에는 무슨 별5개짜리 하얏트에서 자는거 아냐 하며 기대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_- 정말 사막 한복판에 천막같은것도 없이 누웠는데... 평평한 세상이 온통 별천지였다. 옆으로 누워도 별, 누워서 위를 쳐다봐도 별, 엎드려 누워서도 별... 은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많은 별은 나는 영상으로도, 사진으로도, 본적도 없고 앞으로 볼일도 없을것같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벌레들과 모래와 싸우느라 너무나 피곤했는데도... 그 아름다운 광경에 하나님(이란게 존재한다는 가정하에)이 나에게 눈을 내려주신걸 감사해하며 잠못이뤘던 기억이 난다.
지프에서 내려서 사막을 걸어다닐때는... 우리는 항상 15분마다 시간맞춰... 행군을 멈추고 먹기 싫어도 억지로 물을 몇모금씩 먹곤 했었다. 안 그러면 탈진해서 쓰러지니까. 쓰러지면 사막 한복판에 병원같은거 당연히 없고 그냥 알아서 깨나거나, 아니면 그냥 죽어버리면 되는... 건 아니겠고 사실 그 때 누가 쓰러지면 어떻게 될까 많이 궁금했는데... 가이드는 그냥 웃을뿐 끝내 대답해주지 않았다. 뭔 꿍꿍이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어쩌다가... 사막을 지나가다 보면 물이 있을때가 있다. 계곡 속에 물이 연못처럼 있는데... 물을 보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옷을 훌러덩훌러덩 벗고 풍덩 뛰어들곤 했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 물속에 악어가 있다고 해도..두려워하지 않고 뛰어갔을정도로... 사실 맛탱이들이 조금씩 간 상태였던게 생각난다. 사진속에 저 모습은 계곡속에서 한참 물에 몸을 담구고 뿌듯해나오면 나오는길. 얼굴에 그래도 좀 미소스러운 표정이 있는걸 보면... 바람 하나도 안부는 40도를 웃도는 더위속에서 녹아내리고 있다가 시원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나왔을때의 기분이 살짝 떠오른다.
오아시스 ㅠㅠ
나는 원래 여행기같은거 잘 안 쓴다. 여행다니면서 혼자만 간직하는 일기는 쓸지언정 여행기같은거 잘 못 쓴다. 하지만... 실컷 빠리까지 가서도 호주생각에 가득한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그때까지도 나도 나름대로 여기저기 돌아당긴다하면서 살았는데... 그 여행이 내 마음속깊이 새겨지긴 한것같다.
굳이 여행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1) | 2009.12.09 |
---|---|
호주쟁이 (2) | 2006.04.20 |
댓글 영역
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 그때그때 안 풀어주니까 저같은 경우엔...늦바람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늦바람이 훨씬 무섭다는말...정말 사실이더군요. ㅠㅠ